몇년 전 꾸르실료 지도를 하고 난 후 수료생들이 한 달 만에 모였다. 그 중에 나이 지긋한 한 자매가 자신의 체험을 나누어 주었다. 그는 피정 중에 깊이 묵상을 했다고 한다. ‘무엇을 해야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그래서 피정이 끝나는 날 집으로 돌아가면 같이 살고 있는 며느리를 사랑해야 하겠다고 결심했다. 자신과 며느리와의 사이는 겉으로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살갑게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다. 그 자매는 아침에 출근하는 며느리의 구두를 닦아 주었다.
그러자 며느리는 당황하면서 시어머니의 두 손을 잡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치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 모두 눈이 촉촉이 젖었다. 그 순간 이십여 년 동안 두 사람 사이를 막고 있던 보이지 않는 벽이 무너져 버렸다.
그런 일이 있은 후 그 자매는 무척 놀라운 체험을 했다. 며느리가 마치 딸처럼 가깝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사랑의 힘이란 놀라운 것이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세관장 자캐오는 권력도 있고 돈도 많은 부자였다. 그러나 그는 많은 사람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죄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캐오는 죄인들과 세리들도 환영하신다는 예수님의 소문을 듣게 된다. 그는 예수님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많고 키가 작아서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그래서 돌무화과나무 위에 기어 올라간 자캐오를 예수님께서 먼저 보셨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그를 부르셨다.
우리도 예수님을 보는 데 장애물이 너무 많지는 않을까. 재물이나 명예욕, 때로는 이기심이 많은 내 자신이 주님을 보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아닐까. 예수님께서는 자캐오의 집에 머무르시겠다고 하신다.
사실 자캐오는 겉으로는 모든 것이 풍족한 남부럽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내적으로 무척 고독하고 외로운 사람이었다. 그래서 자캐오는 예수님과의 만남이 너무 기뻤다. 예수님을 집에 모신 자캐오는 고마움과 감격에 벅차서 이야기한다.
“주님! 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른 사람 것을 횡령하였다면 네 곱절로 갚겠습니다”(루카 19,8). 정말 대단한 변화가 아닌가. 자캐오는 진정한 회개와 믿음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잘 보여 주고 있다.
진정한 회개란 마음 속으로만 결심하는 것이 아니다. 선한 행위로 연결되어야 의미가 있다. 예수님께서는 완전하고 죄 없는 사람을 부르신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예수님께서 죄 많은 사람을 찾아 함께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그가 변화할 수 있었다.
자캐오도 예수님과의 만남에서 처음에 변화되지 않았다. 자캐오가 주님과 사귀면서 변화되었음을 묵상해 보자 (허영업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