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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3 생명의 기원에 관한 소고 - 4
작성자   :   박찬규 등록일 2008-01-23 조회수 1567
 

3. 오파린의 가설과 밀러의 실험

  1936년 소련의 생화학자인 오파린은 ‘생명의 기원’이라는 저서를 통해 자연발생에 의한 원시지구에서의 생명체 발생의 가능성에 대한 가설을 제안하였다. 오파린은 최초의 원시 생명체에 필요한 유기물은 무기물로부터 자연적으로 생성되었는데, 이러한 자연 발생이 가능한 환경으로 원시 지구의 대기가 메탄, 수소, 암모니아, 수증기 등으로 구성된 환원성 대기였을 것이라고 가정하였다.

  이 환원성 대기에 자외선, 우주선, 열 등 각종 에너지가 작용하여 아미노산, 당류, 핵산염기 등 단량체가 합성되었고, 이 단량체들이 바닷물에 녹아서 축합 반응을 통해 단백질, 핵산 등 생체 고분자 물질로 중합되었다. 이 생체 고분자 물질이 간단한 물질 대사를 수행할 수 있는 원시세포로 조립되었고, 마침내 진정한 세포로 진화되었다고 설명하였다.

  그 후, 이러한 가설에 대한 실험적 접근이 이루어졌다. 시카고 대학의 화학자인 밀러와 유레이는 1953년에 오파린의 가설대로 실험을 실시하였다. 작은 플라스크에 물을 넣은 다음 공기를 빼어 진공상태로 만들고 일정한 비율의 메탄, 수소, 암모니아의 혼합물을 채웠다. 그 다음 플라스크의 물을 끓여 수증기가 위의 혼합 기체에 섞이게 한 후 높은 전압을 걸어 방전 에너지에 의해 화합물이 생성되도록 하였다. 이 생성물을 냉각기를 통하여 콜드 트랩(cold trap)에 농축한 결과 글리신, 알라닌 등 소량의 아미노산을 포함하는 간단한 유기화합물이 생성되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 실험 결과는 무기물로부터 최초의 세포가 생겨났다는 화학진화설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증거인 것처럼 선전되어 왔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이 실험으로 오파린의 가설이 옳았으며, 원시 지구에서의 자연발생이 실험실에서 재연되어 입증된 것으로 혼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실험은 방전에너지를 이용한  메탄, 암모니아, 수소, 수증기로부터 유기물을 인공적으로 합성한 유기화학 실험일 뿐 원시 지구에서 자연발생에 의한 생명의 형성을 증명해 주지는 못한다. 그 이유는 간단히 생각해 보더라도 실험실에서 재연된 환경은 어디까지나 실험실 환경일 뿐 태초의 지구의 환경과 같다는 증거는 없는 것이다.

  이제 오파린의 가설이 갖는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자.

  첫째로, 원시지구가 환원성 대기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 오히려 가장 오래된 지층에도 항상 산화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지구는 처음부터 산소를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환원성 대기는 유기물을 합성하기 위한 실험적 가정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지구에 산소가 없었다면 대류권 밖 성층권 내에 오존층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며 결국 지구는 아무런 생명체도 생성되거나 생존할 수 없는 삭막한 행성에 불과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구를 외부의 강한 우주선이나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하는 오존은 강한 태양 에너지에 의해 산소가 원자 상태로 분리된 후 성층권에서 산소 분자와 결합하여 형성되기 때문이다.

  Carnegie Institute of Washington의 지구물리실험실 책임자였던 Abelson은  Oparin의 가설은 지구화학적인 증거와는 반대인 전혀 증거 없는 이론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원시 대기에 존재했었다는 암모니아(NH3)는 자외선에 의해 H2와 N2로 분해되며 현재 대기 속에 있는 양만큼의 질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암모니아의 양은 불과 3만 년 전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하였다.

  둘째로, 오파린의 가설을 믿는 과학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산소의 기원에 문제가 있다. 이들은 현재의 대기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 산소는 광합성 생물의 진화 결과로 생겨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현재 광합성을 하는 식물들이 명반응 과정에서 물을 분해하여 산소를 발생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광합성 식물도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며, 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산소를 필요로 하는 유기 호흡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므로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식물이 살아 활동하며 광합성을 통해 엄청난 양의 산소를 생성해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또한 현재 지구가 가지고 있는 산소가 모두 광합성의 결과라면 현존하는 모든 생물과 화석연료를 다 태우면 지구의 모든 산소를 소모해야 한다. 그러나 그 양은 겨우 현재 지구에 있는 산소의 3.5%정도로 오히려 처음부터 산소가 지구에 있었다는 설명이 훨씬 타당성이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산소가 광합성의 결과로 생성된 것이라면 산소가 없었던 원시지구에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지금의 산소 량만큼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만약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20% 정도 있었다면 온실효과에 의해 지구는 너무 뜨거워 어떤 생물도 생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오파린이 제시한 환원성 대기는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으며, 오직 유기물이 합성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일방적인 가설이라 비판할 수 있겠다.

  그러면 다음으로 밀러와 유레이의 실험은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생각해보기로 하자.

  첫째, 원시 지구의 대기였을 CO2, N2, O2등 비 환원성 대기는 사용하지 않고 임의로 환원성 대기인 CH4, NH3, H2, H2O 만을 사용하였으며 실험 장치는 텅스텐 음극선을 제외하고는 폐쇄적이었다.

  둘째, 밀러가 실험에 이용한 전기 방전 에너지는 지구에 들어오는 모든 에너지의 0.002%에 불과하며, 태양 광선은 전기방전에너지만큼 유기물을 성공적으로 만들지 못하며 오히려 생성된 유기물을 파괴하는 기능을 한다. 그러므로 전기 에너지만을 이용하여 아미노산 합성에 성공한 밀러의 실험은 원시 지구와는 거리가 먼 실험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방전 생성물의 하나인 글리신은 반감기가 30일 정도이므로 글리신이 생성된 성층권으로부터 지구 표면까지 내려오는 사이에 97%는 분해되고 겨우 3% 정도만이 대양에 용해된다. 또한 지표면의 물에 용해된 방전생성물일지라도 자외선에 의해 파괴된다. 이렇게 볼 때 소량의 전기방전에너지에 의해 생긴 아미노산이 풍부한 태양 광선과 자외선 에너지에 의해 파괴된 후 원시 대양에 농축되어 진화가 일어났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셋째, 밀러는 반응에 의해 합성된 물질을 냉각 장치를 이용하여 바로 냉각시켜 콜드 트랩에 농축시켰다. 그러나 원시 지구에서 어떻게 이런 효율적인 냉각 방법이 있어 합성된 물질이 다시 분해되지 않도록 농축할 수 있었겠는가. 또한 이 실험에서는 최종 생성물을 U자관에 농축시킴으로써 계속 반응이 일어나도록 조절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한다.

  넷째, 원시 대양이 생명체를 자연 발생시킬 수 있는 아미노산 같은 유기물로 농축된 유기물 스프(soup)와 같은 상태가 존재했었다는 증거가 없다. 원시지구에서는 이러한 반응이 일어난다고 해도 분자들 간의 충돌에 의해 더욱 복잡한 고분자를 형성할 수 있을 정도의 농도까지 정반응이 계속 이어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비록 아미노산이 무한히 많이 합성되었다 할지라도 여전히 생체를 위한 단백질이 될 확률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자연에 존재하는 아미노산은 L-형과 D-형이 있지만 생체에는 오직 L-형만 이용되기 때문이다. 즉, 만들어진 각각 50%씩의 L-형과, D-형의 아미노산 중 생체에서 이용되는 L-형 아미노산만 정제되는 기전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자발적 반응은 항상 라세미 혼합물(50% D-아미노산, 50% L-아미노산)로 존재한다. 지금도 자연적으로 L, D형 아미노산이 분리되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사용된 CH4(메탄), NH3(암모니아)등은 생물체에 유해한 가스이며, 만들어진 몇 종의 유기화학물질들은 생명체에 오히려 해로운 반응을 보이는 물질들인 것이다. 어떻게 산, 염기, 알데히드, 알코올 등 복잡한 관능기를 가지고 있는 혼합물로부터 선택적으로 L-형 아미노산들이 중합하여 단백질이 될 수 있는가? 어떻게 인산염, 핵산염기, 리보스 등이 축합하여 핵산이 합성될 수 있는가? 가장 간단한 단세포 생물인 대장균도 450만 쌍의 핵산염기로 구성된 유전 정보를 소유하며, 이 유전정보에 따라 3000개의 서로 다른 효소와 단백질을 합성하고, 이들 효소의 도움으로 5000종의 유기화합물을 합성한다.

  밀러의 실험이 보고된 후 많은 과학자들이 밀러실험을 모방한 모의 실험을 수행한 결과 물질에 에너지를 공급하여 스스로 물질이 복잡하면서도 질서가 있는 유기적 조직체로 조작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결론적으로 오파린의 가설을 기초로 한 유레이와 밀러의 실험은 자연발생을 통한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데 객관적인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볼 수 있다. 1994년 스페인에서 개최된 “생의 기원” 주제 세계학술대회에서 Miller의 실험은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었다. 그 이유로는 첫째, 지구상 대기가 암모니아가스 등으로 뒤덮인 적이 없다. 둘째, 생명체 내의 모든 단백질은 DNA/RNA 지령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므로 Miller가 만든 방식의 아미노산은 생명체와는 관련이 없다. 또한 DNA/RNA가 생성되려면 수십 수백 여종의 단백질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단백질을 만들라는 지령은 DNA/RNA가 내리므로, 최초에 DNA/RNA를 만드는 단백질은 누가 지령을 내리는가? 셋째, 최근 지구상에서 확인되는 모든 지층에서 거의 대부분의 종들이 다 한꺼번에 갑자기 출현한다. 넷째, 첫 생명체는 단순한 아미노산이어서는 안 된다. 이 개체는 처음부터 자손을 남길 수 있는 완전한 번식능력을 가지고 생겨나야만 한다. 번식능력을 갖추지 않고 생겨난 생물체는 후세로 이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생명체는 생겨난 첫 대부터 자신과 동일한 종을 재생산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 처음부터 매우 정교한 생식기능, 자신의 형질을 자손에게 물려줄 유전자 등을 가지고 태어나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진화론에서 주장하는 돌연변이도 적자생존도 시작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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