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제시하고 있는 진화의 증거들
ꋮ6차 교육과정의 생물 Ⅱ 교과서 11종을 분석해 보면 진화의 증거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거론하고 있다. 그리고 11종 중 5종에서 인류의 진화를 다루고 있다.
(1). 화석상의 증거(고생물학상의 증거)
『화석이란 고생물체의 유해나 유적이 지층에 남아 있는 것을 말한다. 화석은 같은 계통의 생물을 연대에 따라 비교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므로 진화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확실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지층에서 나오는 화석을 비교해 보면, 간단한 구조의 생물이 복잡한 구조의 생물로 변화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 글은 한 교과서의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이처럼 지질 시대의 지층에서 발견되고 있는 화석들을 분석해보면 생물의 진화를 설명할 수 있다며 말의 화석이나 시조새의 화석, 소철고사리의 화석 등을 예로 들고 있다. 11종 교과서 모두에서 다루고 있다.
(2). 발생상의 증거
『여러 동물들의 발생 과정을 비교해 보면 대단히 비슷한 점이 많다. 척추동물의 경우 어류에서 양서류로, 양서류에서 파충류로 진화하고 파충류는 조류와 포유류로 나누어져 진화했다는 증거가 있다. 그런데 척추동물의 배의 초기 발생 과정을 보면 아주 유사하게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척추동물이 모두 같은 조상에서 출발하여 각각의 방향으로 진화되어 왔다는 사실로 해석된다.』 …중략… 『헤켈은 1866년에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하여 “개체 발생은 계통 발생을 반복한다.”는 진화 재연설(발생반복설)을 제창하였다. 사람도 태아 때에는 어류의 아가미에 해당하는 아가미구멍과 꼬리를 가지며 다른 동물과 거의 비슷한 모양을 지니는 시기가 있다. 이것은 사람도 발생 과정에서 보면 다른 척추동물과 같은 진화의 경로를 거쳐왔음을 의미한다.』 이 글은 한 생물 교과서의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이와 같이 헤켈의 발생반복설(진화 재연설)에 입각하여 포유류의 발생과정을 비교해보면 발생 과정 중의 유생이 유사하므로 같은 경로를 거쳐 진화되었다는 주장이다. 10종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다.
(3). 비교 해부학상의 증거
『지구상에 현존하는 생물의 형태적인 특징을 보면, 생물이 진화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사람의 팔, 말의 앞다리, 새의 날개 등은 형태나 기능은 다르지만, 기본 구조는 유사하다. 이는 각 생물들이 공통의 조상에서 유래하였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 적응한 진화의 결과를 보여 주는 것이다.』 이 글은 한 교과서의 설명을 인용한 것이다. 이와 같은 상동기관(발생의 기원은 같으나 서로 다른 환경에 적응한 결과 외형이 달라진 기관)이 진화의 증거가 된다는 설명이다. 이 외에 상사기관(발생의 기원은 다르나 그 기능이 같게 적응된 기관), 흔적기관(과거에는 기능이 있었으나 오늘날에는 쓸모가 없어져 기능적으로 퇴화되어 흔적적 형태로 남아 있는 기관)을 예로 들어 진화를 설명하는데, 11종 교과서 모두에서 다루고 있다.
(4). 생화학상의 증거(비교생화학상의 증거)
『척추동물의 헤모글로빈은 그 구조가 서로 비슷하며 4 개의 폴리펩티드 사슬이 모여서 이루어져 있다. 각 폴리펩티드는 약 150 개의 아미노산 분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4 개의 폴리펩티드 사슬의 아미노산 배열 순서를 조사해 보면 사람과 원숭이는 그 차이가 적고 사람과 소는 그 차이가 크다. 한편 시토크롬 c는 유기 호흡을 하는 모든 생물이 가지는 단백질이며, 이것의 아미노산 서열이 많은 생물에서 알려져 있다. 시토크롬 c나 헤모글로빈 등의 단백질을 이용하여 여러 생물들을 비교해 보면, 유연 관계가 멀수록 단백질의 구조나 생화학적 성질도 다름을 알 수 있다. 이는 공동의 조상으로부터 갈라진 지 오래 될 수록 유전적 차이가 큼을 나타내며, 나아가 생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형질이 점점 변화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설명은 한 교과서의 내용 중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이 외에 혈청 반응 등 생화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유연 관계가 가까운 동물일수록 구성 물질의 공통성이 크다는 설명으로, 9종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다.
(5). 지리적 분포상의 증거(생물 지리학적 증거)
『하나의 계통을 이루는 생물 집단은 공동의 조상을 가진다. 그러면 조상이 서로 다른 개체나 집단이 동일한 종으로 될 수 있을까? 다윈은 갈라파고스 군도에 도착하여 그 곳에서 흔한 멧새류를 관찰하였다. 13 종으로 이루어진 이 멧새들은 갈라파고스 군도에만 서식하며, 종마다 사는 곳과 부리의 형태 등이 달랐다. 그리고 이 멧새들은 인접 대륙인 남아메리카에 사는 일부의 새들과 계통적으로 가장 가까움을 알았다. …중략… 생물이 진화하지 않는다면 한 종의 개체들이 멀리 격리된 후 수억 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같아야 한다. 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포유동물은 모두 유대류이고, 구대륙에는 그 외의 포유동물이 살고 있다. 포유동물의 조상이 이렇게 격리되어 6500만 년이 흐르는 동안에 서로 다른 계통으로 진화된 것이다.』 이 내용은 한 교과서의 설명을 인용한 것이다. 7종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는 이 이론은 현재 각 대륙의 생물상을 보면 특징적인 생물 분포를 나타내고 있으므로 지리적 격리에 의한 환경의 변화에 따라 서로 다른 경로를 거쳐 생물이 진화하였다는 주장이다.
(6). 그 외에 각각 1종 교과서에서 ‘보호색의 증거’, ‘계통분류학상의 증거’, ‘분자생물학상의 증거’를 다루고 있다.
ꋮ6차 교육과정의 지구과학 Ⅱ 교과서 12종 모두에서 ‘지구의 역사’ 단원을 다루고 있으며, 그 내용 중 진화와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방사성 원소의 반감기를 이용한 절대연대 측정법으로 조사된 지구의 나이는 45억 년(2종 교과서)~46억 년(10종 교과서)이다. 그런데 바닷물에 녹아 있는 물질을 이용하거나, 퇴적암의 두께를 이용하거나, 지구의 냉각 속도를 바탕으로 측정하는 등 다른 모든 방법으로 조사하면 1억 년을 넘지 않는다.
(2). 가장 오래된 암석은 38억 년(4종 교과서), 39억 년(1종 교과서) 또는 40억 년(3종 교과서)된 것이며, 가장 오래된 화석은 32억 년(2종 교과서) 또는 35억 년(8종 교과서) 전의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3). 12종 교과서 모두에서 지질시대를 생물 화석을 중심으로 선캄브리아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구분하고 있으며, 각 지질시대의 환경과 생물 화석을 설명하고 있다.
(4). 지층의 연대는 동일과정설(10종 교과서), 누중의 법칙(11종 교과서), 관입의 법칙(11종 교과서), 부정합의 법칙(11종 교과서), 동물군 천이의 법칙(생물군 천이의 법칙, 11종 교과서), 포유물(2종 교과서)을 근거로 상대 연대를 측정하며, 방사성원소와 그 동위원소의 반감기를 이용하여 절대 연대를 측정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5). 화석화 작용으로는 12종 교과서 모두에서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급격히 매몰되어야 하며, 화석으로 남을 수 있는 단단한 부분이 있어야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화석에는 지층의 선후관계를 알려주는 표준화석(시준화석)과 지질 시대의 생물이 서식했던 당시의 자연 환경을 알려주는 시상화석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6). 8종 교과서에서 오파린의 가설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6종의 교과서에서 밀러의 실험을 거론하고 있다. 그리고 9종 교과서에서 생물의 진화를 다루고 있는데, 화석으로는 인류, 말, 완족류, 암모나이트 등을 예로 들고 있다.
ꋮ이상에서 거론한 바와 같이 6차 교육과정의 생물 교과서나 지구과학 교과서에서는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 진화론만을 다루고 있다. 물론 교육부에서 제시하는 교과서 집필 규정에서 진화론의 관점에서 서술하도록 지시하고, 창조론은 다루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저자들의 진정한 뜻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는 없겠다. 그러나 배우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단편적이고 일방적이며 입증되지 않은 한 편의 가설만을 사실인 것처럼 배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상을 거시적 안목에서 본다면 과연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좋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