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5일(토) 늦은 저녁 8시에 대성전에서
청년 베네딕도 성가대에서 연주회를 갖는다고 합니다.
성공적인 연주회 개최를 희망하며,
'경향잡지' 2008년 4월호에 실린 글 '본당 연주회, 이렇게 하면 어떨까'
(도움말 박명랑)를 그냥 옮겨 봅니다.
본당 연주회, 이렇게 하면 어떨까
본당 성가대에서 활동하는 형제자매들에게 연주회는 한번쯤 도전하고픈 목표다.
실제로 정기연주회를 계기로 기량과 신심을 드높이게 되는 성가대도 많이 있다.
그런데 여러 본당의 연주회에 가보면 성가대가 쏟아온 노력과 열정을 짐작하면서도
자주 안타까움을 느낀다.
무대에 선 단원들은 목이 쉬도록 성가를 열창하는 데 비해, 정작 청중이 그 노래에 진심으로
감동하고 호응하는 모습은 드물기 때문이다.
언뜻 음악에 문외한인 청중을 탓할 수도 있지만, 청중의 수준을 거론하기에
앞서 매력적인 공연을 만든다면 신자들은 제 발로 찾아오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성음악의 참맛을 일깨우는 연주회,
본당 신자들에게 환영받고 사랑받는 연주회를 마련할 수 있을까?
간결하게, 친절하게, 넘치지 않게
연주회 프로그램을 확정하기 전에 스스로 '내가 청중이면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즐거울까?'
물어보자.
적지 않은 지휘자와 성가대 임원들이 신자들을 감동시키려면 어렵고 화려하고
가창력이 돋보이는 곡으로 좌중을 압도해야 한다고 지레짐작한다.
그래서 노래자랑 하듯 프로그램에 웅장한 곡만 골라서 가득 채워 넣지만,
이러한 선곡방식은 청중의 귀를 괴롭힐 뿐이다.
아무리 좋은 음악도 신자들이 공감하지 못한다면 소음이고 민폐 아닌가!
청중과 함께 즐기는 연주회를 하고 싶다면 욕심을 덜어내야 한다.
헨델의 '메시아'를 100명, 200명이 웅장하게 부르는 것만 감동이 아니다.
단 서너 명이 조용히 부르는 모차르트의 '아베 베룸'만으로도 듣는 이의 마음을 녹
일 수 있는 것이다.
청중의 귀와 마음을 집중시키는 잔잔한 노래, 부드럽고 편안한 노래,
연주회를 절정으로 이끄는 웅장한 노래를 적절히 선별하고
기승전결 구도에 따라 배치하면 좋겠다.
긴장과 완급을 조절하는 균형감, 조금 아쉬울 때 마무리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그 다음에 할 일은 연주곡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다.
프로그램에 관한 정보를 청중에게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작곡자 소개, 연주곡의 구조, 감상 포인트를 팸플릿에 싣거나,
라틴어를 비롯한 외국어 가사의 한국어 번역본을 제공하거나,
연주곡을 한두 곡 줄이더라도 해설자 또는 진행자가 사이사이에 곡 해설을 들려주거나,
노래에 어울리는 영상물을 곁들여 보여준다면 청중은 연주를 들을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
어느 본당이나 연주회의 목적 가운데 하나로 공동체의 친교를 든다.
연주회를 마치면 으레 성당 마당에 다과상을 차리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진정 연주회 프로그램을 친교의 자리로 꾸미고 싶다면,
청중에게 작은 몫이라도 함께하고 참여했다는 뿌듯함을 안겨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연주회가 끝날 무렵 신자들도 잘 아는 성가나 대중적인 노래를 준비하여
함께 부르는 것도 바람직하다.
청중이 피동적으로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목소리, 한 마음이 되어
연주회의 감동을 노래로 표출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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