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시 가운데서 사제관 두개를 보았는데,
사제관에는 마귀들이 새까맣게 달라붙어 있었다.
첫 번째 사제관에 신자들이 계속 화살기도를 보내주니
마귀들이 다 떨어져 나갔다.
그런데 두 번째 사제관을 위해서는
기도를 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마귀들이 점점 더 달라붙어 나중에는 조그만 틈을 타고
마귀가 안으로 기어들어가는 것이었다.
그 환시에서 聖人이 확신한 것은
본당신부가 聖人이 되느냐 아니냐는
신자들의 기도에 99.9%가 달려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사제가 예수님의 완벽한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다.
사제 한 분에게서는 예수님의 한 조각만을 보자.
예를 들어, 다른 것은 못하지만
가정 방문을 잘 하는 신부님에게서는 그것만을 보고,
면담을 잘 해주시는 분에게서는 또 그것만을 보자.
어떤 신부님은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어떤 신부님은 말씀으로,
또 어떤 신부님은 한없는 선함을 보여 주신다.
도화지에 그 조각조각을 모자이크 해 채워보자.
그러면 비로소 예수님의 모습이 하나 만들어 질 것이다.
내가 피정에 다니면서 제일 가슴 아픈 얘기가
서품 받은 지 얼마 안 된 신부들이 환속했다는 소식이다.
요즘은 점점 더 많아진다.
사제되기가 얼마나 어려웠는데...
신학교의 온실 속에서 이제 막 나온 보좌신부들을
신자들은 기도의 벽으로 감싸주어야 한다.
사제들이라고 왜 약점이 없겠으며,
인간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부분이 왜 없겠는가?
신학교에서 10년 공부했다고 100% 인격적으로
성숙이 되어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살아가면서, 이것 저것 겪으면서 체험을 하는 건데,
어렵고 약점이 보일 때 마다 그것을 내리치면
사제는 기댈 데가 없다.
사제가 아무리 사목이 힘들어도 ''지금 이 순간에도 날 위해
기도해 주는 마리아 할머니가 계시겠지!''하는 생각을 하면
신이 나는 것이다.
▒ 미주 가톨릭 다이제스트에서 김웅열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