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는 내가 둘이다. 아니 어쩌면 셋이다.
내가 밖으로 내보이고 있는 나와 내가 안으로 숨기고 있는 나와 또 스스로도 헤아릴 바가 없는 무의식 속의 내가 따로 있다.
오늘도 거리 어느 이발관에서 머리를 깎고 면도를 한 뒤 소녀가 안마를 해주는데 그 손길이 내 사추리에 닿자 '못 써' 하고 이를 피하려는 나와 다시 한번 스쳐주기를 바라는 내가 서로 한참이나 승강이를 했다.
저런 마음속 두 나의 싸움이야 노상 있는 일이라 그렇다치고 이즈막 어느 밤 꿈자리에서는 생판 낯선 여인네와 어울리다 망측스럽게도 몽설(夢泄)을 했으니 이건 또 어떤 나의 짓다리런가? 그래서 그 셋 중 어느 내가 참인지 거짓인지, 선한지 악한지 과연 어떤 내가 나의 실체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인 것이다.
이런 저런 궁리를 하다 보면 내가 죽어 심판을 받을 때도 어떤 내가 그 대상이 될런지 그것마저 궁금해지곤 한다.
(구상의 시 "나"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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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나는 둘인가, 셋인가,
아님, 헤아릴 수 없는가.......
쇄신과 성찰, 회개의 때,,, 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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