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 있어요, 동그랑땡 사세요, 굴비 사세요.”
한가로운 주일 오후. 서울 회기역 인근 허름한 빌딩 안에 조그마한 장터가 섰다. ‘장터’라고 할 수도 없는 몇 개 안되는 물건이지만 책상을 펴고 줄맞춰 물건을 파는 모양새가 ‘프로’다.
간절한 마음으로 장사를 하는 이들은 서울 이문동본당(주임 이홍근 신부) 신자들. 임시성당으로 사용하는 빌딩 1층에서 주일이면 직접 만든 것들을 내놓고 판다. 신자들은 왜 장사를 하기 시작했을까.
“마침내 성전이 완성되는 날, 저희가 기쁜 마음으로 주님을 찬미하게 하소서.”
오래 전, 이문동본당의 여건은 열악했다. 성당으로 들어오는 입구는 비좁았으며, 협소한 공간으로 인해 회합은 나눠 해야 했다. 냉난방은 말할 것도 없고, 성당에는 비마저 샜다. 곰팡이가 들어차기 시작했다.
보수공사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2004년, 신자들은 다가올 ‘2012년 본당 설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보금자리를 봉헌할 것을 결심했다.
하지만 처음 성당을 짓는 신자들에게 신축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신축기금 봉헌과 2차 헌금 등으로는 턱도 없는 금액이었던 것이다.
신자들은 산지에서 과일 등을 직접 떼어다 주민들에게 팔기 시작했다. 배추, 무, 젓갈, 마늘 등 팔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팔았다. 한마음으로 성당의 여러 비용을 절약하기 시작했고, 성당 신축을 위한 묵주기도 2500만 단 봉헌도 눈앞에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갈 길은 멀기만 하다. 본당 성전건축위원장 한용수(미카엘·65)씨는 직접 시청각 자료를 만들어 신자들에게 더욱 힘을 낼 것을 호소했다.
“여러분께 간절히 호소합니다. 우리들의 후손이 사용할 성전입니다. 현재 정말로 어렵습니다. 공사를 중단해야 할 위기가 올 수도 있습니다.”
신자들은 성당 신축기금 모금에 마지막 힘을 불어넣었다. 10월 18일 신축성당 지하 주차장에서 생활용품과 식품을 파는 대규모 바자를 열기로 한 것이다. 벽돌 봉헌 접수도 받고 있다.
한 씨는 “적은 금액이라도 ‘과부의 헌금’처럼 십시일반 정성을 모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힘을 보태주는 신자들을 보면서 하느님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문의 02-957-8161 이문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