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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3 변화의 첫 삽은 용서입니다.
작성자   :   한용수 미카엘 등록일 2010-01-27 조회수 1475


   꽤 오래 된 일입니다. 모두들 싹수가 없어 보인다던 아이, 그래서 가능성이 전혀 안 보인다던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야생마처럼 길들여지지 않은데다 혈기왕성한 아이였기에 그 누가 뭐래도 '씨알도 먹혀들지' 않았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고 뭐라 한마디하면 눈부터 부라렸습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 한 가지 있었는데, 그게 그 아이가 홀로 험한 세상을 헤쳐 오면서 나름대로 터득한 처세술이었습니다. 그 아이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그런 상처와 아픔을 헤아려주지는 못하고 단지 외적으로 드러난 몰상식한 행동에만 기분 나빠하고 집착했다는 것을 세월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를 데리고 있을 때 다들 난리였습니다. '저 녀석은 우리 영역 밖입니다. 돈보스코께서도 <썩은 사과는 골라내야 된다>고 말씀하지 않았습니까? 전체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내 보내야 합니다.'


   그때 제가 좀 고집을 부렸었죠. '한번만 더 기회를 줍시다. 이번 딱 한번만!'이란 구호를 숱하게도 되풀이했었습니다.


   비록 여러 심사원, 소년원 등 갈만한 곳은 다 전전하면서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아이는 다행히 여기저기 살레시오집 울타리 주변만 맴돌면서 아주 조금씩 자신을 다스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철들 때가 되어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주 조금씩 인간이 되어갔습니다.


   '아이가 조금씩이나마 철이 들어간 원인이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한 번 더 용서하고 한 번 더 받아준 일, 한 번 더 인내하고 한번 더 품어 안은 결과가 아닐까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간대접 받은 일,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인간취급 받은 일이 특효약이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이들과 살수록 절실히 느끼는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아무리 막가는 아이라 할지라도 아이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메마를 대로 메마른 척박한 땅이라 할지라도 끊임없이 거름을 주고 물을 댈 때 어느 순간 토질은 변화될 것입니다. 


변화를 위한 첫 삽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 첫 삽은 바로 인내이자 용서입니다. 그 첫 삽은 수용이며 기다림입니다. 그 첫 삽은 기도이며 관용입니다.


   우리 주님은 사막을 옥토로 바꾸시는 능력의 주님이십니다. 우리 눈으로 볼 때 아무리 희망이 없어 보이는 인간이라 할지라도 그 인간으로부터 열매를 맺게 하십니다. 그 한심해보이는 인간을 도구로 삼아 당신 사랑의 사업을 계속하십니다.


   우리는 각자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가능성이 많은 옥토입니다. 이루지 못할 것이 하나도 없는 능력과 희망으로 충만한 좋은 밭입니다. 


   오늘 다시 한 번 세상에서 가장 좋은 밭-우리 각자의 인생-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열심히 거름을 주고 잡초를 뽑으며 기꺼이 땀을 흘리는 농부로서의 삶에 충실하면 좋겠습니다.

 

  위 글은 오늘의 복음 (마르코 4, 1-20) 묵상 중 양승국(스테파노)신  

  부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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