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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 길을 묻다(問路) "천당은 어떻게 가지요?"|
작성자   :   송만호 등록일 2010-02-23 조회수 1553

길을 묻다(問路)

 

. 리쟈통(李家同) / 번역. 양재오

 

그가 어린 아이에게 어디를 가느냐고 막 물으려던 찰나에, 그 아이가 먼저 물을 줄은 미처 몰랐다. 그 아이가 묻는다. '하나 물어볼 것이 있는데요. 천당은 어떻게 가지요?' ......

 

나는 줄곧 위리(玉里)읍 시골에 있는 어느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봉직하고 있다. 우리 학교에 온 적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이 학교가 정말로 무릉도원(世外桃源)이라는 데 동의할 것이다. 학교 정문 입구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집 한 채 보이지 않고, 사람의 그림조차 볼 수 없다. 학교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도로 표지판이 하나 있다. 동쪽은 위리 읍 방향이고, 서쪽으로 가면 깊은 산으로 들어간다. 도로는 산기슭에서 끊겼다. 산으로 들어가려면 걸어서 갈 수 밖에 없다. 산길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깊은 산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십년 전, 나는 미혼이었고, 내 동료 교사 장 선생도 역시 미혼이었다. 학교에 숙소가 없었기 때문에 현 정부에서 우리 미혼 교사들을 위하여 위리에 교사 숙소를 지었다. 나와 장 선생은 그 곳 숙소에 거주하며, 함께 출퇴근을 했다.

 

나는 분명히 기억한다. 어느 날이었다. 바로 금요일에 우리 두 사람은 맨 마지막에 학교를 떠났다. 차가 도로에 막 진입할 때 어린아이가 도로 위를 걷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아이는 얇은 옷을 입고 맨발이었다. 그 때는 무척 추울 때였는데, 그 아이는 추위에 덜덜 떨고 있었다. 그 때 내가 운전을 하고 있었고, 나는 그 아이가 있는 곳에서 곧바로 멈추었다. 장 선생이 창문을 내리고 그 아이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려는 찰나, 그 아이가 먼저 묻는다. '하나 물어볼게 있는데요. 천당은 어떻게 가지요?' 이 물음에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몰라서 나와 장 선생은 서로 쳐다보며 어안이 벙벙하다. 차창 밖에서 찬바람이 몸속을 파고든다. 장 선생은 차 뒷문을 열고 아이가 타도록 했고, 그 아이는 곧바로 차에 올랐다.

 

우리는 아이가 왜 천당에 가려고 했는지 마침내 알게 되었다. 그 아이의 아버지는 그가 한 살 때 세상을 떠났다. 불행한 것은 그와 함께 의지하여 살 던 어머니도 일주일 전에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신부님이 그 아이에게 어머니가 지금 천당에 있으니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신부님에게 천당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신부님은 얼버무리며 그의 질문에 분명하게 대답해주려고 하질 않았다. 그 아이는 오늘 방과 후 원래는 산에 있는 마을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생각을 바꾸어 도로를 따라 걸어서 위리 읍으로 가는 중이었다. 그것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는 학식이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그들 가운데 분명히 누군가 천당에 어떻게 가는지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도로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천당 가는 길을 물어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천당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우리는 아기가 사는 곳이 무척 멀다는 것을 알았다. 그곳에 가려면 자동차로 갈 수 있는데 까지 간 뒤, 거기서 다시 한 시간을 더 걸어야 한다. 우리는 오늘 그 아이를 집으로 보낼 수 없어서 아이와 상의한 뒤, 오늘 밤은 우리와 함께 머물고, 내일 아이를 데리고 나가서 길을 묻기로 했다. 만일 누가 천당이 어디인지 알면 그를 차에 태워 그곳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다. 만일 아무도 그 곳을 모르면, 우리는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그 아이의 이모 집에 데려다 주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그 아이에게 이모 집에 전화를 하겠느냐고 물었다. 그 아이는 자기 이모는 지금 타이베이에 있다며, 자기가 위리로 가는 줄 모를 것이라고 한다.

 

장 선생은 나보고 차를 몰아 위리에 상점이 많은 곳으로 가서, 먼저 아이에게 양말과 신발을 사서 신켜주고, 또 아이에게 두터운 점퍼와 내복 한 벌을 사서 입히면 어떻겠느냐고 제의한다. 두터운 점퍼를 입으면 아이가 다시는 추워서 몸을 덜덜 떨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 배가 고파서 아이를 데리고 양식집에 들어가 식사를 했다. 아이가 얼마나 좋아하며 신나게 식사를 했을지 미루어 짐작이 갈 것이다. 식사 때 우리는 아이의 피부가 검고 눈이 컸으며, 말을 할 때 흰 이빨이 드러나는 것을 보았다. 전형적인 원주민 아이의 모습이다.

 

장 선생은 거실 소파에 깨끗한 침대 깔개와 두터운 이불을 준비한 뒤, 아이에게 일찍 자라고 권했다. 아이가 낮에 많이 걸었기 때문에 분명히 무척 피곤할 것이다. 아이는 잠자기 전에 간단히 기도를 바쳤는데, 기도 하는 중에 천당에 대하여 언급을 하지 않고, 다만 하느님께서 나와 장 선생이 좋은 사람이니 우리에게 복을 내려주시기를 기원한다. 나와 장 선생은 이 기도를 듣고 기분이 좋았다. 누군가에게서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 일은 당연히 유쾌한 일이다.

 

이튿날, 날이 아직 채 밝기 전에 누가 내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잠이 깨었다. 문을 여니 장 선생이 문 입구에서 서서 안절부절 하고 있다.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이상한 일은 장 선생이 나보고 직접 가서 보라는 것이다. 거실에 들어가 보고 나서 나는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느꼈다. 그것은 우리가 그 아이에게 사 준 의복이며 양말 신발 등이 모두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그것들이 모두 잘 정돈되어 있다. 장 선생은 그 아이가 정말 터무니없다는 짓을 했다는 것이다. 이 추운 날씨에 두터운 점퍼도 없이 맨발로 나가면 분명히 감기 들 텐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냉정한 가운데 장 선생보고 너무 그렇게 안절부절 하지 말라고 했다. 왜냐하면 책상 위에 아이가 남긴 편지 한 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편지에 이렇게 쓰였다.

 

이 선생님, 장 선생님,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내가 배고팠을 때 여러분은 내게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 내게 마실 것을 주었고, 내가 돌아갈 집이 없을 때 나를 받아주었고, 내가 입을 옷이 없을 때 내게 옷을 입혀주었습니다.

 

내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내게 해 준 것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천당에 있으며, 장래에도 영원히 천당에 있을 것입니다.

 

이 편지에는 서명이 없고, 단지 다음과 같은 영어 글자만 있다.

 

Mathew, 25/31.

 

우리 두 사람은 이 영어 글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른다. 우리는 이웃에 있는 천 선생이 영어를 가르친다는 것을 안다. 그가 한 참 잠을 잘 텐데 그를 깨워야할지 어떨지 망설이다, 결국 그를 침대에서 끌어 내렸다. 천 선생은 한 번 보더니 곧 그 출처를 알아본다. 그리고 신약성경을 찾아서 마태오(Mathew) 복음 2531(25/31)을 편다. 그 곳에 다음과 같은 말씀이 보인다.

 

“사람의 아들이 영광에 싸여 모든 천사와 함께 오면, 자기의 영광스러운 옥좌에 앉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민족들이 사람의 아들 앞으로 모일 터인데, 그는 목자가 양과 염소를 가르듯이 그들을 가를 것이다. 그렇게 하여 양들은 자기 오른쪽에, 염소들은 왼쪽에 세울 것이다. 그때에 임금이 자기 오른쪽에 있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그러면 그 의인들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주님, 저희가 언제 주님께서 굶주리신 것을 보고 먹을 것을 드렸고,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실 것을 드렸습니까? 언제 주님께서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따뜻이 맞아들였고, 헐벗으신 것을 보고 입을 것을 드렸습니까? 언제 주님께서 병드시거나 감옥에 계신 것을 보고 찾아가 뵈었습니까?’ 그러면 임금이 대답할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그때에 임금은 왼쪽에 있는 자들에게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저주받은 자들아, 나에게서 떠나 악마와 그 부하들을 위하여 준비된 영원한 불 속으로 들어가라.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지 않았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지 않았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이지 않았다.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지 않았고, 내가 병들었을 때와 감옥에 있을 때에 돌보아 주지 않았다.’ 그러면 그들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주님, 저희가 언제 주님께서 굶주리시거나 목마르시거나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또 헐벗으시거나 병드시거나 감옥에 계신 것을 보고 시중들지 않았다는 말씀입니까?’그때에 임금이 대답할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다.’이렇게 하여 그들은 영원한 벌을 받는 곳으로 가고 의인들은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곳으로 갈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 때 나와 장 선생의 반응을 제대로 형용할 수 없다. 천 선생이 몇 번씩 우리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을 때, 우리는 그에게 곧바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도 나는 기억한다. 나는 그 때 내 두 다리에 힘이 쑥 빠져서 앉을 의자를 찾았다. 장 선생은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더니, 옷깃으로 눈물을 닦는다. 그러고 나서 천 선생에게 우리가 겪은 일을 말해주었다. 천 선생은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단지 이 한마디를 남겼다. '당신들은 정말 복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그 때 나는 불현 듯 '그 아이가 기도할 때 왜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기도했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 나는 애초 나와 장 선생이 이 구석진 산골로 발령을 받았을 때, 그것이 내가 일차로 지망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야겠다. 그러나 이 일이 있고난 뒤, 우리는 모두 즐겁게 이곳에서 일을 하였고, 또 이 곳을 떠날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곳에 있는 아이들이 겨울이 되어 추울 때도 두터운 점퍼를 입지 않는 것을 알고 그들에게 점퍼를 사서 보내주었다. 요즈음 들어 여러 사회공익단체에서 우리에게 모금을 해주어서 나와 장 선생은 교장 선생님을 설득해서 전교생을 위해 통장을 하나 개설했다(이 학교에는 모두 30 여명의 학생이 있다). 이로써 도움이 필요한 학생이 있으면 그 가운데서 얼마를 꺼내서 도와준다. 또한 이 때문에 우리 학교 아이들은 결코 점심식사와 학교잡비를 걱정하지 않는다. 가정방문을 할 때 아이가 두터운 이불이 없는 것을 보면, 우리는 두터운 이불을 사서 보내줄 수도 있다. 최근 위리 읍의 어느 곳에서 침대 매트리스를 교환하려고 한다. 이 소식을 들은 우리는 그 오래된 것 가운데 여전히 쓸 만한 매트리스를 얻어서 지금 학교에 보관하고 있는데, 그 중 일부는 이미 필요한 아이들에게 보냈다.

 

정부가 초등학교 아이들도 영어를 배워야한다고 발표했을 때, 나와 장 선생은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 우리 아이들의 영어 실력이 비록 도시에 사는 아이들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인근에 있는 학생들의 평균 실력은 훨씬 능가한다.

 

우리는 이 산골에 있는 학교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누가 천당을 떠나겠는가?

 

만일 누가 내게 천당이 어디에 있느냐고 다시 물으면, 나는 그에 대해 대답해 줄 수 있다.

 

* 리쟈통(李家同)은 현재 지난()、칭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