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녀린 풀잎 하나
온 밤을 칼날같은 매서운 서릿발에
온 몸은 꽁꽁 부들부들 떨고 있구나.
첨탑 에서 새벽종소리가 울린 후
하늘의 영광은 까마득한 어둠을 깨치고
고운 빛살을 온누리에 뿌리며 밝아온다.
엄마 품에 안긴 젖먹이마냥 좋아서 어쩔줄을 모르며
감사눈물을 뚝뚝 흘리며 가슴이 차올라
허리를 깊게 꺾고서 일어설 줄 잊었네.
겨우 중천이 되어서야 몸을 세운 플잎
양팔을 벌리고서 님의 눈동자 따라가며
말없는 말로 님의 자비를 목청껏 노래 부르며
바람따라 덩시덩실 나비춤을 춘다.
때가 차 해는 서산을 넘어가고
어둠이 산으로 내려오면
져야 할 고난의 멍에를 메고 가파른 언덕을 오를 채비를 한다.
살을 에는 추위,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어둠...
가야할 순례길을 나선다.
아, 아름다운 고통이여.
거룩한 순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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