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미에(踏み繪)는 직역하면 ‘그림을 밟는다’ 는 뜻이다.
그러나 후미에는 단순한 그림이 아닌 예수나 성모마리아가 새겨진 작은 판을 말하는 것이다.
원래는 문자 그대로 종이에 예수와 성모마리아가 그려진 그림이었지만,
종이는 그 많은 발자국을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나무와 금속으로 만든 판이 사용되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다.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은 후미에를 밟을 수밖에 없었던 나약한 배교자들의 이야기다.
1612년 기리시탄 금지령이 내려진 후, 1628년 후미에가 도입되었다.
숨어 있는 교인들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후미에를 밟지 않으면 기독교인으로 체포되고 처형되었다.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관청에서 후미에를 밟고 집으로 돌아와 용서를 빌었다.
몇몇은 ‘오텐벤샤(회초리)’라는, 끈으로 만든 채찍으로 자신의 몸을 때리기도 했다.
처음에는 배교의 의식이었지만, 이후에는 기리시탄을 적발하기 위한 의식이 되었다.
나가사키 지역에서는 매년 혹은 2~3년에 한 번 기리시칸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 예외 없이 누구나 후미에를 밟아야 했다.
매년 정월 8일 나가사키 마루야마초에서 후미에를 밟는 의식이 행해졌다.
지금의 우라카미천주당이 있는 자리이다. 그것은 1873년 기리시칸 해금까지 지속되었다.
이후, 우라카미 사람들은 후미에에 대한 속죄의 뜻으로 우라카미에 우라카미천주당을 지었다.
<참고자료: '아름다운 침묵', 박정배, 돋을새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