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이상과의 괴리라고 할까요. 지난 10년은 어떤 사제가 좋은 사제인지 잘 알고 있지만 내 능력과 그릇이 그만큼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더 낮아져야 한다고 끊임없이 되뇌이는 시간이었습니다.' '겸손과 정직, 배려. 이 세가지가 사제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 생각합니다. 후배 사제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는데 생각해보니 내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어요.' '주님의 시선이 아닌 내 시선으로만 세상을 바라보지 않았나 돌아봤습니다. 더 넓게 보고 더 깊게 살필 수 있는 사제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 서울대교구, 의정부교구 1999년 사제수품 동기 사제들이 5일 미리내성지 성 김대건 신부 경당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 1999년 7월, 바닥에 엎드려 간절한 마음으로 하느님 앞에 자신을 온전히 내려놓았던 사제들이 10년이 지나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10년 간 사제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고민들과 자기 반성, 앞으로의 다짐들을 담담히 고백했다. 서울대교구와 의정부교구 1999년 서품동기 사제 20여 명은 사제서품 10주년을 맞아 2~8일 도보성지순례와 피정을 갖고 첫마음을 되새기며 더 나은 사제가 될 것을 기도했다. 이들은 사제생활 10주년을 맞아 해외성지순례를 떠날까 생각도 했지만 우리나라 첫 사제인 성 김대건 신부 발자취를 좇으며 묵상과 피정 시간을 갖기로 결정했다. 성 김대건 신부가 순교한 새남터에서부터 은이공소, 미리내성지까지 4일 동안 하루에 7~8시간씩 걷고 또 걸었다. 무더위와 싸우고 폭우를 뚫고 걸으며 자신을 채찍질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한 걸음 한 걸음씩 내디뎠다. 도보성지순례 마지막 날, 성 김대건 신부 유해가 안치된 미리내 성지 경당 앞에서 신부들은 김대건 신부가 쓴 옥중 서한을 낭독했다. '저는 그리스도의 힘을 믿습니다. 그 분의 이름 때문에 묶였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형벌을 끝까지 이겨낼 힘을 저에게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몇몇 신부들은 벅차오는 감정에 목이 메이기도 했다. 이후 의정부한마음수련원에서 피정을 가진 신부들은 '돌아보면 기쁜 일, 보람있는 일도 많았고 부족한 모습을 보이며 후회스런 일도 있었다'면서 '이 시간이 앞으로 남은 사제생활에 자양분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최수호(서울대교구 직장사목부 담당) 신부는 '동료 신부들과 신학생 때부터 함께 지내온 일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며 사제로서 결국 바라고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었다'며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점들을 동료들을 통해 배울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상지종(의정부교구 성소국장) 신부는 '먼 훗날 주님 앞에 섰을 때 주님께서 말씀하신 것들을 지키고 가르치려 열심히 노력했다고 겸손되이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영명축일(3.19)때 축하 꽃다발의 꽃을 함께 축일을 맞이하셨던
교우분들에게 하나 씩 나눠 주셨던 그 마음에서 비록 그날 꽃 송이
하나를 받지 못했던 많은 교우분들도 신부님의 깊은 사랑을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신부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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