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은 등불이고 가르침은 빛이며
교훈이 담긴 훈계는 생명의 길이다.' (잠언 6.23)
지난 5월에 시작한 성경읽기가 벌써 시편과 잠언서를
마쳤습니다.
매주 금요일 늦은 저녁 8시에 시작한 것이 엊그제 인듯
한데 반을 훌쩍 넘었습니다.
혹시 늦었다고 망서리는 분 계시면 지금 함께 하셔도
좋습니다.
함께 성경을 읽는 분 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어쩌다 결석하여 개인적으로 읽으려면
집중이 덜 된다는 말씀을 합니다.
아랫 글은 굿뉴스 게시판 '성서와 함께'에서 옮겼습니다.
시편은 어떤 성서인가요?
시편이라는 성서 이름은 어떻게 생겼나요?
유다인들이 처음에 시편을 부른 이름은 ‘기도(트필롯)’였어요. 그러다 후대에 가서는 ‘찬양(트힐림)’ 또는 ‘찬양의 책’이라 불렀어요. 구약성서에서 찬양하라는 동사(hll)의 2/3 이상이 시편에서 나오기 때문이죠. 아무튼 기도와 찬양은 시편의 두 측면이죠. 그리스어 성서는 시편이 “현악기의 반주에 맞추어 노래하는(그리스어 psallo)” 것이라 하여 ‘프살모이(psalmoi, 찬미가)’라 불렀어요. 시편의 영어 이름(psalms)도 여기서 연유하였죠. 우리 말 성서 이름 ‘시편’은 시모음집이라는 뜻의 중국어 성서 이름 ‘시편(詩篇)’을 딴 것이구요.
누가 썼나요?
시편 이외에도 성서에 나오는 노래는 적지 않아요. 이런 노래는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사람들에 의해 애송되었기 때문에, 원작가를 밝히기가 쉽지 않아요. 시편에도 첫머리에 다윗, 아삽, 코라의 후손, 모세 등의 작품이라고 나와 있으나, 이들의 작품으로 확인할 수는 없어요. 시편은 사실상 하느님 백성 전체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요. 다만, 다윗은 음악을 즐기고 시와 노래로 하느님께 찬양과 기도를 드린 대표적인 인물이기에, 자연스럽게 시편의 대부분을 그의 작품으로 여기게 된 것이죠.
언제 쓰여졌나요?
시편은 오랜 기간 동안 형성되었어요. 아마도 대부분은 다윗과 솔로몬이 다스리던 이스라엘의 황금시기인 기원전 10세기와 가장 어려웠던 시대인 바빌론 포로기 전후에 생겨났을 거에요. 이런저런 시들이 한데 모아져 현재와 비슷한 꼴로 형성된 것은 대략 기원전 2세기경으로 여겨져요. 그때 모세오경을 모방해서 시편을 다섯 권(시편 1-41; 42-72; 73-89; 90-106; 107-150)으로 나누었을 거에요.
신약성서는 구약성서를 가리켜 “모세의 율법과 예언자들의 책과 시편들”(루가 24,44)이라 했어요. 즉 시편은 그 때까지도 완결되지 못한 성문서를 대표하는 성서로 꼽힌 것이지요.
왜 썼나요?
예나 지금이나 유다인이나 그리스도인이나 두루 애송하는 성서는 아마도 시편일 거예요. 하느님의 백성은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렸고 어려운 처지에서는 구원을 탄원해 왔기 때문이죠. 비단 개인적으로뿐 아니라 하느님 백성 전체가 드리는 전례에서도 시편은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죠.
시편을 한마디로 규정하면 ‘응답의 성서’라고 할 수 있어요. 오경 전체가 하느님이 하신 큰일을 전하고 예언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주고 있다면, 시편은 하느님의 그 일과 말씀에 대한 하느님 백성의 응답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어요. 하느님이 하신 큰일들을 체험한 이들은 하느님을 찬양하지 않을 수 없고, 당신 백성을 지켜주시고 돌보아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를 아니 드릴 수가 없었던 것이죠. 그렇기에 주님의 말씀을 늘 묵상하며 사는 하느님의 백성은 언제 어느 상황에서든 우리와 함께 해주시며 구원해 주시는 하느님을 “나의 바위, 나의 구원자”(시편 19,14)라 고백해 왔던 것입니다.
잠언은 어떤 성서인가요?
히브리어 성서에서는 첫 구절(1,1; 10,1; 25,1)을 따라 책의 이름을 “솔로몬의 잠언들”(미쉴레 쉴로모)라고 불렀어요. 그리스어 칠십인 역 성서는 금언 모음집이라는 의미에서 “파로이미아이”라 불렀구요. 라틴어 불가타 성서는 “프로베르비아”라 이름지었는데, 여기서 영어 이름 “프로버브”가 나왔지요. 우리말 성서 이름 “잠언”은 중국어 성서 이름 “箴言”에서 유래하였어요. 잠(箴)은 병을 고치는 데 쓰는 ‘침(鍼)’을 뜻하기도 하여, 잠언은 침과 같이 톡 쏘면서 생명을 주는 짧고 소중한 가르침이란 의미를 담고 있지요.
누가 썼나요?
유다 전승에 따르면 잠언은 솔로몬이 쓰고 히즈키야가 편집했다고 해요. 솔로몬은 삼천 가지 잠언을 지었고(1열왕 5,12) 가장 지혜로운 왕으로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죠. 그러나 실제로 솔로몬이 잠언의 일부를 썼을 가능성은 크나 전체를 썼다고 볼 수는 없어요. 아마도 잠언을 쓰고 수집해서 편집한 이들은 이스라엘의 현인들이라고 불리던 ‘서기’들일 거예요. 그러면서도 이 책을 솔로몬 왕의 권위 아래에 둠으로써 하느님으로부터 온 계시로 받아들이게 되었죠.
언제 쓰여졌나요?
우리의 속담이 그렇듯, 지혜문학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기에 시대적 배경을 추정하기가 매우 곤란하죠. 잠언은 가정과 부족에서 차츰 생겨난 생활의 지혜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다가 왕조시대에 들어와 몇 차례에 걸쳐 한데 모아졌어요. 특히 외국과의 왕래가 빈번해지고 외국의 지혜문학 등이 적극적으로 도입된 솔로몬 시대가 기폭제 역할을 했을 거예요.
이렇게 모아진 잠언이 현재와 같은 꼴을 갖추게 된 때는 대략 기원전 6세기 말에서 5세기 초로 짐작되고, 최종적으로는 기원전 2세기경에 앞의 표제가 붙어져 완성되었다고 여겨집니다.
왜 썼나요?
고대 근동국가에서는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한 갖가지 금언이나 충고, 권고 등이 중요시되었고, 이런 것이 여러 작품으로 모아져 있었어요. 대표적인 것으로 수메르의 “슈룹파크의 지혜서”와 이집트의 “아메넴오펫의 지혜”을 꼽을 수 있지요. 잠언의 일부가 이 책들의 내용과 퍽 비슷한 데서 드러나듯, 이스라엘은 주변국가의 지혜문학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자신들의 전통적인 신앙체험 안에서 그들 나름의 지혜문학을 발전시켰지요.
우주의 질서에 순응하는 길이 지혜라고 하면서도 다분히 실리적인 측면에서 설명한 주변국가와 달리, 이스라엘은 지혜를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선물로 여겨 신앙과 연결시켰지요. 즉 이스라엘은 지혜의 핵심을 “하느님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파악했던 거죠(잠언 1,7; 9,10; 15,33). 인간의 지혜는 한계가 있으며 오로지 하느님의 지혜만이 최고 최선의 지혜라는 깨달음이죠. 따라서 하느님의 자녀들이 이 지혜를 깨달아 그분께서 기뻐하시는 옳은 길을 택하여 복을 받으며 살 수 있기를 바라며, 이런 지혜의 글을 묶은 것이 잠언이라 볼 수 있어요. 잠언을 시적인 글로 두 행씩 대구법으로 구성한 것도 잘 기억하게 하기 위한 것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