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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참여마당 > 이게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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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봄에 꽃피우고 여름에 애쓴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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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한용수 미카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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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6-1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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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7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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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남의 아름다움 ♧
일터를 바꿀 때바다 후임자의 편의를 위해 모든 것을 그대로 두고 몸만 떠나는
사목자 한 분을 알고 있습니다.
물론 후임자에게 별로 도움이 안되는 물건들도 있겠지만, 후임자가 또 다시
목돈을 들이지 않도록 하겠다는 세심한 배려라 생각합니다.
그분의 지론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사목자는 교회의 주인이 아니라 나그네라는 것입니다.
교회의 주인은 신자라는 것입니다.
그 신부님은 "칼같은" 처신으로 유명합니다.
후임자에게 털끝만큼의 누도 끼치지 않기위한 그분의 모습은 '칼" 그 자체입니다.
떠나온 임지의 신자들이나 후원자들, 열성 팬들이 집요하게 "많이도 말고 딱 한번
만 얼굴을 보자"고 애원해도 후임자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 아래 완강히
거절하십니다.
후임자의 새로운 분위기에 최대한 빨리 적응하도록 칼같이 행동하는 것입니다.
같이 지낼 때는 전혀 그렇지 않았는데... 떠나고 나면 그야말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냉혈한이 되고 맙니다.
신부님의 그런 칼같은 모습, 그 이면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서가 아니라 오직
후임자에 대한 배려, 신자들에 대한 극진한 사랑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 신자분이 제게 본당 수녀님들 인사이동 방식에 대해 강한 불만을 털어놓았습니
다.
2~3년간 동고동락하던 수녀민, 잔정이 유달이 많아 마치 친정언니 같던 수녀님께
서 어느 날 갑자기 온다간다 한마디 말도 없이 떠났다는 것입니다.
완전히 뒤통수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답니다. 정들었던 수녀님을 위해 조촐하게
나마 송별식이라도 해드리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저는
내심 기뻣습니다.그 수녀회가 어떤 수녀회인지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나름대로 수도자다운 수도자를 양성하려고 각별히 노력하는 수녀회가 틀림없다고
저는 확신합니다.참 수도자는 매일 매순간 주어진 처지에서 최선을 다합니다.
모든 만남을 소중히 여기고 모든 상황 안에서 최대한 노력합니다.
그러나 떠나야하는 순간이 오면 지체 없이, 아무런 미련도 없이 가방 두 개만
달랑 양손에 들고 기쁘게 떠납니다.
그토록 소중히 여기던 인연도, 열정을 불살랐던 직책도, 정들었던 공간도 뒤로하고
또 다른 미지의 세계, 하느님께서 열어주시는 미지의 땅을 향해 홀연히 길 떠나는
사람, 그가 참 수도자입니다. 효과적인 복음 선포를 위해서 훌훌 털어버리고 떠남"
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전하는 일이 시급하니 장례도
가족들과 작별인사 마저도 신경 끄고 빨리 따라나설 것을 재촉하십니다.
이것저것 따지고 저울질 하다가 한없이 늘어지던 사람들을 많이 봐왔던
예수님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그만 앞뒤 재지 말고 즉시 따라올 것을 강하게 촉구하시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교 교회가 지닌 본질적인 특징 중에 하나가"순례성"입니다.
순례한다는 것은 어느 한곳에 얽메이거나 집착하지 않고 언제나 떠나는
자유로움입니다.
우리는 모두 이 세상의 이방인들입니다. 언젠가 이 세상 순례를 끝내고 나서는
또 다른 세상을 향해 먼 길을 떠나야만 하는 이 세상의 이방인들인 것입니다.
길 떠난다는 것은 아쉽기 그지없는 일, 서글픈 일이지만 결국 떠남으로 인해
삶은 더욱 소중해 집니다. 떠남으로 인한 인연은 더욱 가치를 발합니다.
떠남으로 인해 다시금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보다 단순하게, 보다 소박하게,
보다 홀가분하게 살기 이해서 버리고 또 버리는 이번 한 주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물질에 대한 유혹이란 참으로 큰 것이어서 모으면 모을수록, 쌓이면 쌓일수록
점점 더 갖고 싶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면 청빈한 생활, 단순하고 소박한 삶과는 담을 쌓고 되게 말지요.
결국 모든 것들은 복음 선포나 자기 이탈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맙니다.
묵은 것을 버리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없고, 지닌 것이 많으면 그 지닌
것들에 신경을 쓰게 되어 복음전파나 영혼구원은 뒷전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나무가 봄에 꽃피우고 여름에 애쓴 이유는 화려하고도 장엄하게 떨어져 내릴
그 낙화의 순간을 위해서입니다.'
◎오늘의 묵상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 (루카9.62)
- "아저씨 신부님 맞아요?" 중에서...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위 글은 따뜻한 이야기에서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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