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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9 하늘을 메울 만큼 하는 기도 (김경희 루치아 수녀님 사순특강 6 중)
작성자   :   남석우 등록일 2013-03-24 조회수 2603

(2013322일 김경희 루치아 수녀님 사순특강 6 ‘기도 생활’ 강의 중 말씀하셨던 '하늘을 메울만큼 하는 기도' 부분이 이미 인터넷에 공개된 것이 있어 올립니다.)

 

모든 성인과의 통공의 기쁨

 

97년도 겨울의 이야기 입니다.

본당 생활에서 마음이 지쳐 배티성지로 피정을 떠났습니다.

배티성지는 우리 복자회 수녀님들이 계신 곳이기에 수녀님들의 따뜻한 배려를 느끼며 수녀원에서 10일간 홀로 피정을 할 수 있었습니다.

 

시작하는날, 주님께 '주님, 열흘 동안 최양업 신부님의 얼이 깃들어 있는 이곳에서 주님을 사랑하는 오롯한 마음으로 머물러 있고 싶습니다. ' 라고 기도하며 피정 동안 무언가 하나는 깨달아야 한다는 긴장감, 기대감도 다 내려놓고, 내가 숨쉬고 있는 이 자체를 봉헌하며 주님 사랑의 품에 넉넉히 지내고자 하였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째 되는 날, 하늘에서 펄펄 눈이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겉 창문을 열고 어린아이처럼 펑펑 내리는 눈을 바라보니, 한 송이의 눈이 마치 먼지처럼 내려와 없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조금 지나니까 배티마을로 내려가는 길을 하얗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20분쯤 지나자 배티의 큰 소나무 숲을 하얗게 만들어 놓고, 40분쯤 앉아 있으니까 배티성지를 둘러싸고 있는 커다란 산들을 모두 하얗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혼자 감동을 느꼈습니다.

 

' , 세상이 변했네. 먼지처럼 힘없이 내리는 눈이 온 세상을 변화시켰어!'

 

그 순간 하늘에서 내린 눈이 마치 기도의 힘, 기도의 능력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성모님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성모님께서 현대의 많은 곳에서 발현하셔서 우리에게 하신 공통된 말씀은 '기도해라, 기도해라, 또 기도해라.'입니다.

 

', 성모님께서 왜 기도하라고 하셨는지 알겠다. 저 눈 오는 것처럼 한 송이 한 송이는 먼지처럼 없어지는 것 같지만 그 눈이 쌓여 세상을 변화시키듯이, 우리가 분심하면서 기도하고, 졸면서도 기도하면 이런 기도가 쌓여 우리 가정이 변화되고, 사회가 변화되고, 나 자신도 변화되는 것이구나.

 

주님! 저도 하늘을 메울 만큼 기도를 많이 하여 주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곳, 성모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곳을 하얗게 덮어놓고 싶습니다.'

 

눈 오는 것처럼 기도를 많이 하고 싶은 열정을 주님께 고백하고 보니,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하늘을 메울 만큼 많이 할까?'

 

순간 제 마음에 떠오른 것은 가톨릭 기도서에 있는 호칭기도였습니다.

 

예수성심 호칭기도, 성모 호칭기도, 성요셉 호칭기도,

한국 103위 성인 호칭기도, 성인 호칭기도,

다섯 가지 호칭기도를 그날부터 매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특별한 축일을 준비하기 위해 9일기도로 봉헌하던 기도였는데 매일 다섯 가지를 다 하고자 하니 처음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같아 이 다섯 호칭 기도를 따로 복사해서 포켓용으로 만들어 시간이 날 때마다, 수시로 가지고 다니면서 기도했습니다.

 

외출 시에는 버스 안에서, 면담 시간에는 신자들을 기다리면서, 바쁜 중에 하는 기도니까 묵상을 하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줄줄줄...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이 기도문 하나 하나가 새롭게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성 베드로,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 바오로.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 안드레아. 저희를 ... 라고 성인 호칭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머 이기도가 대단한 기도구나, 가톨릭 이천 년 믿음의 조상님들을 지금, 내가 이곳에서 만나고 있고, 그분들이 가신 믿음의 대열 속에 내가 들어 있구나'

 

그리고 항상 미사 중에 사제가 '교회의 믿음을 보시고' 라고 하는 말씀의 의미가 새겨졌습니다.

 

비록 내 믿음이 약해도 '교회의 믿음'을 보시고, 성인들이 가시셨던 믿음에 내 믿음을 합쳐 함께 공동으로 주님께 갈 수 있어 이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깨달음을 가지면서 성인 호칭기도를 하는 제 마음이 너무나 기쁘고 천상의 많은 분들과 친해지는 느낌, 하느님 아버지와 가까이 계시는 분들을 이 땅에서부터 사귈 수 있고 그분들과 통공할 수 있는 것이 하느님 아버지의 또 하나의 사랑의 선물이었습니다.

 

어느 날, 성인들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는데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길을 잘 찾지 못하는 길치입니다. 어디를 가려면 항상 엉뚱한 곳에 가서 헤맬 때가 많은데 이다음에 하느님 나라에 갈 때도 천국문을 못 찾아 헤매면 그때 제가 늘 이 지상에서부터 매일 이름을 불러 사귀었던 천상의 시민들이 저를 알아보고 '한국에서 온 루시아, 이곳으로 오세요.'라고 안내해 주실 거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염경기도이지만 기도의 능력, 기도의 힘은 대단하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뻐 오늘도 다섯 가지 기도를 기쁘게 하고 있습니다.

 

김경희 루치아 수녀(한국순교복자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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