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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0 [성경] 성경의 세계: 재의 수요일
작성자   :   박종순 등록일 2014-03-06 조회수 2539

[성경의 세계] 재의 수요일

 

재의 수요일은 사순절이 시작되는 첫날이다. 교회는 미사 때 재축성과 머리에 얹는 예식을 거행한다. 재는 수난 주일 축성했던 성지 가지를 태운 것이다. 재의 수요일은 이 예절에서 생겨난 이름이다. 사제는 재를 뿌리며 ‘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 혹은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시오.’ 하고 말한다.

이스라엘은 동물을 태운 재에 속죄의 의미를 부여했다. 사제는 소를 태운 재를 진영 밖에 두었다가 ‘정화의 물’을 만들 때 사용하곤 했다(민수 19,3-9). 욥은 시련이 닥치자 속죄하기 위해 재를 찾았고(욥기 2,8), 요나 예언서의 니네베 임금도 회개를 위해 잿더미에 앉았다(요나 3,5-6). 예수님께서도 재를 언급하셨다. ‘코라진아 너희에게 일어난 기적이 시돈에서 일어났더라면 벌써 재를 뒤집어쓰고 회개했을 것이다.’(루카 10,13)

초대교회는 배교했던 사람은 일정 기간 못 나오게 했다. 그러다 성목요일 이들을 받아들이는 예식을 거행했는데 머리와 옷에 재를 뿌렸다. 구약의 모습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예절이 없어지게 되자 재를 얹는 모습도 사라지게 되었다. 중세 때 머리에 재를 얹는 예식은 서서히 부활하게 된다. 교황 우르바노 1세(재위 1088-1099)는 예절을 공적으로 권장했고 이렇게 해서 교회 안에 자리 잡게 되었다.

사순절 첫날이 수요일로 정해진 것은 6세기 교황 그레고리오 1세 때였다. 교황은 그때까지의 전례를 개혁하면서 사순절 윤곽을 확정 지은 것이다. 이후 재를 얹는 예식이 부활하자 사순절 첫날 수요일은 자연스레 재의 수요일로 불리게 되었다. 한편 이날 단식과 금육을 지키게 한 것은 비교적 최근으로 교황 바오로 6세(재위 1963~1978년) 때였다. 한국교회는 만 18세에서 만 60세 이전 교우는 하루 한 끼를 단식하며 만 14세 이상은 금육을 지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머리에 재를 얹는 예식은 교우가 아니더라도 참여할 수 있다. 미사 없이 개별 예식으로 거행할 수도 있다. 재는 사람의 본질을 암시한다. 그러기에 재를 뿌리면서 창세기의 말씀을 압축해서 들려주고 있다. ‘너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땀을 흘려야 양식을 먹을 수 있으리라.’는 말씀이다(창세 3,19).

[2014년 3월 2일 연중 제8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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