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평신도주일 강론 † 찬미예수님! 형제 자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하느님의 은총이 충만하기를 빕니다. 오늘은 평신도 주일입니다. 평신도 주일은 평신도들이 교회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받는 백성임을 재확인하면서 각자에게 주어진 성화소명을 다짐하는 날입니다. 먼저 이날을 주신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와 영광을 드립니다. 30년 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방한 하시어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을 성인품에 올리는 시성식을 거행하였습니다. 올해 우리는 또다시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모시고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동료 순교자들의 시복식을 서울 한복판에서 장엄하게 치르는 큰 기쁨을 누렸습니다. 이렇게 두 번씩이나 교황님께서 직접 방문하여 시성식과 시복식을 집전하신 나라는 한국밖에 없습니다. 선교사의 도움 없이 평신도들에 의해 세워진 한국 교회에 하느님께서 내리신 크나큰 축복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 교회의 103위 성인 가운데 93위가 평신도이고, 124위 새 복자 중 주문모 신부님을 빼고는 모두 평신도들입니다. 이 위대한 평신도 신앙 선조들의 후손인 우리들에게 교황님께서는 깊은 애정과 크나 큰 관심을 보여 주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한국 교회를 평신도들에게서 시작되어 충실하고 훌륭하게 성장한 상속자들이라는 칭찬과 함께 축복도 해주셨습니다. 교황님과 함께 했던 8월의 행복감과 기쁨은 마치 예수님을 만난 듯, 아직도 우리 마음 안에 가시지 않는 큰 감동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행복과 기쁨은 우리 평신도들이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소명을 다할 때 비로소 오래도록 유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하느님 백성으로서 평신도들의 소명 의식을 잘 일깨워줍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비유를 들어 말씀하시는데, “하늘나라는 어떤 사람이 여행을 떠나면서 종들을 불러 재산을 맡기는 것과 같다고 하십니다. 그 주인은 세 종에게 각자의 능력에 따라 탈렌트를 맡겨주고 여행을 떠납니다. 한 사람에게는 다섯 탈렌트, 다른 사람에게는 두 탈렌트, 또 다른 사람에게는 한 탈렌트를 주고 여행을 떠납니다. 오랜 뒤에 주인이 와서 그들과 셈을 하게 되는데, 한 탈렌트를 받은 사람만이 주인에게 야단을 맞고 쫓겨납니다. 그의 잘못은 무엇이었을까요? 다른 두 종은 열심히 노력하여 주인이 자기에게 맡긴 탈렌트를 불려서 왔는데, 한 탈렌트를 받은 종은 땅에 묻어 두었다가 그대로 돌려드렸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도 각자의 능력에 따라 귀중한 탈렌트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지혜나 건강, 재산과 학식, 외모나 특별한 여러 재능, 시간 등이 모두 선물로 받은 것입니다. 이 선물은 그분에게 속한 재산으로서 언젠가는 그분께 되돌려 드려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탈렌트를 분명 맡겨 주셨다고 말씀하십니다. 내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지요. 우리 각자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이 내 것이라 생각하고 살면 내 뜻대로만 사용하게 되지만, 하느님께서 맡겨 주신 것이라 생각하면 하느님 뜻을 헤아리며 사용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이 누구로 부터 주어졌는지에 대한 인식부터 올바로 지녀야 하겠습니다. 그럼 하느님의 뜻대로 사용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사람을 살리는 일, 즉 사랑의 왕국을 이루는 것이겠지요. 오늘 복음 말씀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자신의 탈렌트로 본당 공동체나 가정, 또는 이웃에서 하느님의 뜻대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얼마나 노력했는지 스스로 물어보게 합니다. 우리가 받은 선물들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과 나누며 키워왔는지, 아니면 자신만을 위해 감춰두고 사용해왔는지 성찰해봐야 합니다.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는 자기 자신만을 바라보는 이러한 이기심에 저항해야 합니다. 우리가 받은 탈렌트로 자신이 머무는 자리, 즉 가정이나 본당 공동체, 또는 이웃에서 사랑의 삶을 살아내야 하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의 관심에서 소외되어 삶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더욱 정성을 쏟아야 합니다. 배고픈 사람이 있다면 찾아가 양식을 나누어 주고,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며, 병들어 있는 사람을 찾아주고, 외로운 사람에게 시간을 내어 함께 해주는 것, 그들에게 우리가 지니고 있는 것으로 하느님의 손과 발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때로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하찮고 보잘 것 없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하느님의 일로 쓰일 때 그것은 몇 배의 풍성한 결과를 내며 빛을 발할 것입니다. 그래서 나의 작은 사랑의 실천이 한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또, 우리의 사랑의 실천들이 더해져서 더욱 많은 사람이 참 행복을 누리게 될 때 이미 우리 가운데 하느님 나라는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 믿습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언젠가 우리는 우리가 받은 탈렌트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하느님과 셈을 해야 할 날이 올 것입니다. 우리가 받은 탈렌트를 하느님의 뜻대로 잘 사용하고 산다면, 칭찬 받은 두 종에게 하셨듯이, 그 때 우리에게도 하느님은 이렇게 말씀해주시겠지요. “잘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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