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반쯤 깨진 연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 닿는데 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위에
지금은 인정머리없는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 얹고
아랫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 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 오르기를
나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눈에 빨갛게 불을 켜고
구들장 속이 얼마나 침침하니 손을 뻗어 보고 싶은 것이다
나로 하여 푸근한 잠 자는 처녀의 등허리를
밤새도록 슬금슬금 만져도 보고 싶은 것이다
.........................................................................................................................................................................................................................
이제 아침 저녁엔 따뚯한 온기가 생각이 납니다.
요즈음은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편리함으로 인해 잊고 살았던
연탄을 불과 수년전엔 우리들과 친숙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집에서는 밥도 짓고 물도 데우고 학교에서는 도시락도 층층이 쌓고
이런 연탄을 이제 거의 볼수가 없지요
그런 연탄이
이렇게 아름답게 우리의 마음을 울림니다.
사랑도 그런 것이 아닌가 합니다.
좋은 물건을 선물하는 것보다 진솔한 마음을 전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닌가 합니다.
신앙생활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신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좋은 선물이 아니라 신자들과
눈높이를 함께하는 사랑 그것이 하느님의 사랑이 아닌가 합니다.
혹시 신앙 생황에 힘든 분들 우리가 그 연탄재가 되어 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지 않을가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