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평신도주일 강론 † 찬미예수님! 형제 자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하느님의 은총이 충만하기를 빕니다. 오늘은 평신도 주일입니다. 평신도 주일은 가정을 꾸리며 세속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평신도 그리스도인으로서 지닌 소명과 사명을 되새기고, 그에 합당한 삶을 살아가도록 서로 격려하고 함께 기도하는 주일입니다. 연중 제33주일인 오늘 미사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사람의 아들이 다시 올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곧 우리에게 항상 깨어 있으라고 당부하시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합니다. 작년 교황님께서는 아시아 청년들에게 “잠들어 있는 사람은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다”고 말씀하시면서 “깨어서 비추라”고 권고하셨습니다. 깨어 있다는 것은 단지 눈을 뜨고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깨어 있다는 것은 우리의 마음가짐을 바로 하고, 말과 행동을 바로 하여 세상을 비추는 것을 의미합니다.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라는 바오로 사도의 권고를 따라 우리는 먼저 평신도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소명과 사명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첫째는 가정입니다. 우리는 가정이 생명과 사랑의 보금자리여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족 구성원 간의 진실한 대화와 공감, 그리고 배려가 무엇보다 필요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가족이 함께 기도를 바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부부 간에는 물론이고 비록 아직 철들지 않은 어린 자녀라 할지라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우려 주는 가족 간의 따뜻한 대화가 요청됩니다. 가정은 또한 가족 간에 깊은 사랑으로 그 가운데 예수님을 모시는 ‘작은 교회’가 될 수 있어야 가득한 평화와 행복의 보금자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는 교회입니다. 그리스도 신자인 우리는 하느님 백성인 교회를 이루는 지체들입니다. 우리는 머리이신 그리스도에게서 오는 은총의 힘으로 살아갑니다. 그리고 교회는 그 은총의 통로로서 우리가 그리스도 신자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인도해 줍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교회에 감사해야 할 뿐 아니라 또한 교회의 지체로서 우리가 지닌 재능과 역량을 교회 발전을 위해서도 사용해야 합니다. 나아가 우리는 단지 교회의 지체일 뿐만 아니라 우리자신이 바로 교회라는 분명한 인식을 지녀야 합니다. 성령께서 우리 안에 거처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성령을 모시는 사람답게 거룩하게 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셋째는 사회입니다. 평신도인 우리는 교회의 일원으로서 교회 안에서 살아가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고유한 삶의 자리는 가정과 사회, 곧 세상입니다. 그래서 50년 전 폐막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평신도의 특성을 ‘세속성’이라는 한 마디로 표현했습니다. 세속성을 특징으로 하는 우리 평신도의 고유한 임무는 “현세의 일을 하고 하느님의 뜻대로 관리함으로써 하느님 나라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속을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세속 안에서 살면서 마치 누룩처럼 세속을 그 내부로부터 변화시켜야 합니다. 우리가 ‘평신도 그리스도인답게 삶으로써 이 세상에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빛을 밝혀 사람들에게 그리스도를 보여줄 수 있을 때 가능해 집니다. 이것이 우리 평신도들이 수행해야 할 사명입니다. 20여일 후면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선포하신 자비의 특별 희년을 맞게 됩니다.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에 시작해 내년 11월 20일 그리스도왕 대축일에 마치는 자비의 희년은 우리 시대에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자비의 의미와 중요성을 깨닫고 자비를 실천하며 전하는 해입니다. 교황님께서는 올해 초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자비가 많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평신도들이 자비를 실천하고 다양한 사회 환경에 자비를 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그렇습니다. 이 시대야말로 자비를 필요로 하는 시대임을 우리는 직접 체감하며 살고 있습니다. 자비를 실천하고 자비를 전함으로써 험한 세상을 바꾸는 일은 그 누구보다도 세속에 몸담고 살면서 세속을 하느님 뜻에 맞게 바꿔 나가야 하는 사명을 지닌 우리 평신도들의 몫입니다. 그리고 자비를 실천하는 일은 우리가 매일 만나는 사람들, 우리의 동료와 이웃으로 한정되지 않습니다. 자비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우리 “공동의 집”이라고 표현하신 지구 전체, 곧 자연 생태계뿐 아니라 사회 생태계까지 포함하는 통합생태계 전체에 두루 미쳐야 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자비를 실천하고 전하려면 먼저 자비를 체험해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더 많이 용서 받은 사람이 더 큰 사랑을 보일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자비를 깊이 체험할수록 우리는 자비를 더 잘 실천하며 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 자비의 희년을 맞아 우리 자신이 먼저 진실한 참회와 화해로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하고 그 자비에 힘입어 이웃에게 자비를 실천하고 전하도록 합시다. 우리의 모든 소망과 다짐을 한국 교회의 수호자이며 평화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께 온전히 맡겨 드립니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루카 6,36)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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