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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겨울이 찾아오길 기다렸다면 이상하게 들릴까..
9월과 10월 그리고 11월을 보내고 나면...
마치 이 석 달 동안 모든 것을 빼앗겨 버린 묘한 느낌이 든다..
유독 올해가 그렇다.
작년 이맘 때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
어릴 적 자라던 고향을 다녀왔었다.
태어난 곳이 아니라 말을 하기 시작했고
친구를 알게 되었고 골목 골목 누비며
쌈박질이며 총질이며 이웃집 장독을 깨어 먹고
동산 너머 왕릉 뒤로 도망쳤던 기억들이 묻어 있는
어린 시절이 유독 그리워서였다.
반듯한 새 건물 몇 개를 빼고 운동장과 몇 개의 놀이터는
아직도 그대로인 운동장..
그리고 흔히 개구멍이라 부르던 등하교 길로 쓰던 골목도
이젠 담벼락과 담벼락 사이에 갇혀 버렸다..
그로부터 제법 세월이 흘러 객지에 흘러들어 내가 자라던 곳과
인연이 닿은 사람을 만나면 나는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어제 이문동을 떠난 한 젊은 사제도 그랬다...
군생활을 맨 후방 그곳에서 했다며 반가워하며 손잡던 때가 벌써 2년 전이었다니...
그때부터 알게 되었다. 그것이 고향이 주는 축복이라는 사실을...
곳곳이 낯설고 어색했던 이문동 성당..
이문동 성당에 발을 내디딘지...8년을 훌쩍 넘어섰다.
올해 초 성당 구석 구석을 눈여겨 본 일이 있었다.
낡아 부서지고 곰팡이가 핀 "세월의 흔적"이라는 제법 그럴싸한
말과도 어울리지 않는 성당이 이제는 허물어져 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또한 동시에 해맑은 새로운 미래도 엿볼 수 있었다.
세월이란 으례히 그러한 것이라 여기면서도
졸음을 쫓으며 하나씩 하나씩 되새겨 보니 그 깊음은
쉬이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도 많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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