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아침 08:30분 세남터 순교성지로 출발하여 도착한 시간은 09:20분이 되었다. 성지에 도착하니 몇몇 분들이 성지를 찾아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미사 시간이 10시여서 잠깐의 여유가 있기에 아내와 함께 성지를 둘러보았다.
성지를 둘러보고 난 후 성당에 들어서니 벌써 몇몇 신자분들이 앉아 계셨다. 아내와 나는 장궤틀에 앉아 미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순교하신 분들과 우리 가족의 건강을 위해 잠시 묵상의 시간을 갖었다.
미사를 마치고 난 후 아내와 나는 기념관을 둘러 이곳에서 순교하신 14분의 순교자들 영정 앞에서 잠시 머리를 숙이고 묵상을 했다.
이후 당고개 순교성지를 거쳐 절두산 순교성지에 도착하여 그곳에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고 나니 산만해지고 흩어졌던 마음이 깨끗히 정화되는 듯 하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를 둘러보고 서소문 공원에 세워져 있는 순교자 현양탑과 노숙자 예수님이 드러누워 계신 흉상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가장 낮은 자세로 오신 예수님의 모습이 떠올랐음)
예수님 흉상 앞에서 잠시 침묵의 시간을 갖고 이렇게 보잘것 없는 모습으로 오신 그분 앞에 서 있는 내 모습을 잠시 그려보았다.
초라한 모습으로 누워계신 예수님의 모습에서 그동안 불평불만으로 일관해왔던 나의 많은 시간들이 앞으로는 지금보다 이웃을 위해 나눔과 섬김으로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종각에 내려 우 포도청 터에 도착하여 표석을 보니 이곳이 우포도청 터라는 장소임을 알게 되었다. 포도청은 조선시대 도성안밖의 순찰과 치안을 담당했던 기관으로 도성밖 우측을 담당했던 이곳이 우포도청인 것이다.
도보순례를 통해 몇 번을 가 보았던 곳이었지만 둘러볼때마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은 잠시나마 교만해진 마음들이 겸손해지고 산만해진 생각과 행동들이 깨끗이 정화되기 때문에 이번 성지순례가 은총의 기쁜 시간이 되었다.
특히 천주교인들의 탄압이 심했던 병인박해와 기해박해 시절에 수많은 천주교인들이 참수되는 동안에도 천주교리를 전파하고자 했던 순교자들의 숭고한 희생과 정신은 지금의 우리 천주교회가 도약하는데 밑거름이 되었기에 후손들인 우리들이 천주교회를 자랑스럽게 만들어가고 이 땅에 뿌리내리는데 최선을 다해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끝으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맞이하여 이번 성지순례가 모든 분들에게 은총의 기쁜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순교정신으로 살게하소서'라는 주제로 한 이번 순례가 모든 교우들에게 희망의 씨앗이 되어 널리 퍼져나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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