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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 사순특강 II 요약
작성자   :   남석우 등록일 2007-03-10 조회수 12007
성녀 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라 기도 단계를 ①구송 기도 ②묵상 기도 ③정감 기도 ④단순함의 기도 ⑤주부적 관상 ⑥정적 기도 (고요 기도) ⑦일치 기도 ⑧순응일치 기도 ⑨변형일치 기도라는 9단계로 분류할 때, ①∼④단계는 이른바 수덕단계로 사람이 노력해서 닿을 수 있는 단계인 반면, ⑤∼⑨단계는 신비적 단계로 내 의지가 아닌 하느님이 이끄시는 단계이다.

물론 ④단계까지 잘 준비해야 ⑤단계로 나아갈 수 있음은 당연한 이치이며, ‘단순함의 기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한 바와 같다. 성가 중 단순함의 기도로 분류되는 그레고리안 성가나 떼제 노래를 사용하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다.

단순함의 기도를 넘어 ⑤주부적 관상에서 ⑥정적 기도 (고요 기도) ⑦일치 기도 ⑧순응일치 기도 ⑨변형일치 기도로 나아가는 과정은 더 이상 내 의지가 아닌 하느님이 이끄시는 수동적 과정이다. 즉 나의 주관, 선입관, 편견 등이 없어지며 하느님께서 채워주시는 단계이다.

⑤주부적 관상은 내가 아닌 하느님께 이끌리는 첫 단계로, 지성이 희미해지는 단계다. 지성을 시비(是非)를 가리는 판단력과 직관으로 나눈다면 주부적 관상은 판단력은 사라지고 직관 정도만 남은 상태라고 보면 된다. 내 의지대로 할 수 없는 단계인 ⑥정적 기도는 하느님께 온전히 잡힌 상태이며, ⑦일치 기도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 사로잡힌 채 몸만 남은 상태다. ⑧순응일치 기도는 이른바 탈혼 상태로 몸까지 완전히 사로잡혀 자신의 의지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단계다.

⑤주부적 관상에서 ⑧순응일치 기도까지는 내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이끄시는 단계로 알아두고, 마지막 ‘변형일치’ 단계에 대해 알아보자. 변형일치 기도는 몸과 함께 지·정·의 모두가 다시 되살아난 상태다. 그러나 예전의 내 몸과 마음이 아니다. 예수님의 몸과 마음과 하나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예수님을 닮은 상태로 들어가므로 당연히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실행하게 된다.

예수님께서 바라시는 것은 무엇인가? 이미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그것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요약된다. 하느님에 대한 사랑이 예수님과 같이 있고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기도’에 해당한다면, 이웃 사랑은 가까운 자녀, 가족부터 잘 돌보는 ‘봉사’에 해당한다. 즉 마리아의 마음으로 마르타의 봉사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변형일치 기도의 단계에 이르면 우리는 하느님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진정한 하느님의 사람이 된다.

모든 기도의 평가 기준은 ‘내가 예수님으로 얼마나 바뀌었나’ 하는 것이다. 여러 기도가 내가 예수님으로 바뀌는 변형 일치의 단계까지 갈 수 있는 길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평가 기준은 분명하다. 기도를 하고 난 후 나의 행동이 예수님이 원하시는 하느님 사랑, 이웃 사랑과 관계 없을 때 그 기도는 잘못한 것이다.

예수님과 일치하면 우리는 성령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그것은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 (갈라티아 5,22-23) 이다. 내가 기도를 제대로 했느냐, 못 했느냐를 판단할 때 나에게 이런 열매가 있느냐를 생각해 보면 그것은 자명할 것이다.

예수님과 같아지기 위해서 예수님의 겸손에 대한 다음 말씀을 묵상해 보자.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십시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분께 주셨습니다.” (필리피 2,5-9)

예수님이 겸손하셨던 것처럼 우리도 겸손하자. 단순함의 기도를 넘어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채워주시는 단계에 이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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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의 기도’ 가운데 일반 신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향심기도에 대해 알아본다. 향심(向心)기도(Centering Prayer)는 중심을 향하는 기도라는 뜻으로, 이때 중심은 물론 예수 그리스도다. 관상기도를 촉진시키는 대표적 기도로 꼽히는 향심기도는 최근 들어 갑자기 나온 게 아니라 가톨릭교회의 오랜 기도 전통을 현대적 형태로 제시하면서 거기에 어떤 순서와 규칙을 부여한 것이다.

 향심기도는
1. 하느님이 당신 안에 현존하심을 상징하는 거룩한 단어 선택하기
2. 편안히 눈을 감고 앉아 거룩한 단어를 조용히 떠올리기
3. 어떤 사고가 떠올랐음을 인식하면 조용히 다시 그 단어로 돌아가기
4. 기도가 끝날 때는 눈을 감고 2~3분간 침묵 속에 머무르기 순서로 이어진다.

 각 항목 하나하나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1. 거룩한 단어는 간단한 기도 중에 성령께서 우리에게 적합한 단어를 주실 것을 청한 다음 선택한다. 거룩한 단어로는 주님, 예수, 아빠, 아버지, 사랑, 평화, 고요 등을 들 수 있다. 일단 단어를 선택했으면 기도 중에 바꾸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또 다른 생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 거룩한 단어를 떠올리는 것보다 하느님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거룩한 단어가 아닌 거룩한 바라봄인 셈이다.

 2.편안히 앉는다 는 상대적 편안함이다. 즉 잠이 올 정도로 너무 편안해서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기도하는 도중에 몸이 불편하다는 것을 느낄 정도로 불편해서도 안된다는 뜻이다. 어떻게 앉든 등은 곧게 세운다. 그리고 식사를 마친 뒤 이 기도를 하면 졸리기 마련이므로 적어도 한시간쯤 기다렸다 향심기도를 하는 것이 좋다. 잠자기 직전에 이 기도를 하면 잠자는 습관을 해칠 수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기도를 할 때는 번잡한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 눈을 감는다. 그런 다음 가벼운 솜 위에 깃털 하나 얹듯 아주 가볍게 거룩한 단어를 떠올린다.

 3. 여기서 사고란 감각적 지각, 감정, 기억, 성찰 등과 같은 것 모두를 망라하는 단어다. 기도할 때 생각, 즉 분심이 드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 현상이다. 조용히 그 단어로 돌아가라(재귀)는 것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하라는 말이다. 이것은 향심기도 중에 우리가 하는 유일한 행동이다. 기도 중 거룩한 단어가 아주 희미해지거나 사라지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4. 기도를 여러 사람이 모여 그룹으로 할 때 필요한 것이다. 기도를 인도하는 사람이 2~3분간 주님의 기도를 하면 다른 사람들은 그냥 듣는다. 이때 2~3분은 우리 정신이 외적 감각 세계로 되돌아오는 데 적응하는 시간을 주면서 일상생활에 이 침묵의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게 한다.

 이상과 같은 향심기도의 최소 시간은 20분이다. 하루에 두번, 한번은 아침 일찍 그리고 한번은 오후나 이른 저녁에 하는 것이 좋다. 분심이 많이 들 때는 거룩한 단어를 생각이 아닌 글자로 떠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기도하기 전에 많이 움직이는 것이 기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분심을 떨쳐버리는 데는 운동을 하든지 걷든지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 이상 좋은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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