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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참여마당 > 이게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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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떠나면 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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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한용수 미카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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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3-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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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79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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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심(回心) 3
사순절을 지내면서 문득 몇 년 전 4월5일 식목일이 새삼스럽게 되살아났다.
그 날의 일이 마치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내 마음을 사로잡고 있고, 지금도 내게
소중한 만남으로 어떤 반영을 일으키고 있음에 놀라움을 느낀다. 지금 그분은 어디
에, 어떤 모습으로 계신지….
루게릭병을 앓고 계신 로렌조 아저씨와의 만남은 내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또 하
나의 표지판이다. 로렌조 아저씨는 루게릭병 때문에 한쪽 다리를 절단하셨다. 그런
데 그 다리가 그대로 있는 것처럼 아파오는 통증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부족해 교통
사고로 나머지 성한 다리까지 절단하게 되어 하반신을 전혀 쓰지 못하시는 불구가
되셨다.
아저씨의 집은 신림동에서 시흥으로 가는 변두리에 위치한 밭 한가운데 서 있는
움집이었다. 머리를 구부리고 방으로 들어가니 팔을 뻗으면 4면이 다 닿을 만큼 작
은 방에 아저씨가 누워 계셨다. 그 옆에는 밥상과 소변 통이 놓여 있었고 밥상에는
김치보시기 하나와 밥통만이 덜렁 올라가 있었다.
“아저씨, 아주머니와 따님은 어디 가셨어요?” 하고 물으니, 공장에 일 나갔단다.
‘아픈 사람을 두고 공휴일도 일을 해야만 하다니’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어
떻게 사람이 이렇게 살 수 있는가. 무엇이라도 돕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내 자신이 한심하고 답답할 뿐이었다. 게다가 새로 도로가 나면서 이 움집
마저도 헐리게 된다니 앞으로 아저씨는 어찌 살아가실까, 하느님은 도대체 무얼 하
시는 건가, 마음 가득 근심이 차 올라왔다.
그런데 로렌조 아저씨는 “어제 집을 비워 달라는 세 번째 독촉장을 받았지요” 하
며 보고하듯 담담하게 말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나 걱정스러워 “아저씨, 이제
어떻게 해요?” 하고 물었다. 아저씨는 내 얼굴을 쳐다보더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요? 처음 여기 올 때 빈손으로 왔으니 떠나야 할 때도 빈
손으로 떠나면 되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실로 가진 것이 없으면 없을수록 더욱 온전히 하느님께 의
지하고 하느님과 가까이 살아갈 수 있고 또 어떤 처지, 어떤 상황에서도 평온할 수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반면에 모든 것을 하느님께 바치고 하느님만을 위해 살
겠다고 청빈서원까지 한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갖고 살아가는지. 내 삶의 밑바닥
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물질 만능의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나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내가 가진
것이 없다고 느낄 때, 때때로 나는 흔들리는 내 믿음의 약함을 본다. 그 때마다 로렌
조 아저씨의 말씀은 내 믿음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떠나면 되지!”
다른 모든 것은 주님께서 알아서 해 주신다.
● 박정자 로사리오 수녀·성심 수녀회, 한국에니어그램연구소 소장
금주 주보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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