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예수님께서는 이제 세상
을 떠나 아버지께서 계신 곳으로 오르시기 전 제자들에게 평화를 약
속하십니다. 과연 세상이 주는 평화와 하느님께서 주시는 평화의 차
이는 어디에 있을까요?
지난 1999년 세계적인 한 신문사에서 ‘20세기 최고의 인물 20인’을 선
정하였는데 케인즈가 경제학자로서는 유일하게 선정되어 화제에 오
른 적이 있습니다. 그는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전후 처리 문제로
파리 회담이 열렸을 때 영국 대표로 참석하였습니다. 이때 각국 대표
들은 패전국 독일에 대한 크나큰 보복 조치를 결의하였으나 유독 케
인즈만은 강력히 반대하였습니다. 그는 패전국에 감당할 수 없는 부
담을 주는 것은 복수심을 일으키는 것이고, 또 다른 전쟁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케인즈의 말은 무시되었고, 또다시
제2차 세계 대전이라는 엄청난 재난을 겪었습니다.
그제야 세계 여러 나라는 케인즈의 주장을 인정하고 패전국에 복수
조치를 하기보다는 오히려 재건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른
바 ‘마샬 플랜’을 만듭니다. 이는 패전국의 경제 부흥을 도와주는 계획
으로서, 서로 용서하고 진정으로 상대를 도와주는 것이 상대뿐 아니
라 자기 자신도 경제적으로 이득을 얻게 된다는 케인즈의 경제 이론
을 반영한 것입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무조건적인 용서와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평
화입니다. 무조건적인 용서와 사랑만이 폭력의 악순환을 끊고 진정한
평화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된다는 것을, 주님께서는 당신의
전 생애를 통하여 우리에게 가르쳐 주십니다. 이 세상에 진정한 평화
를 이루려면 우리 자신이 매일의 삶 속에서 사랑과 용서의 사도가 되
어야 합니다.
2007. 5. 13. 주보 "오늘의 묵상' 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