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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가득한 목요일 오전, 직장 교우회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사무실을 나섰다. 항상 그렇듯이 종로, 을지로 등 명동에서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는 직장 공동체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도보로 찾아간다. 지하철은 거리에 비해 갈아타는 번거로움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많고, 버스는 정체 때문에 잘 이용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웬만한 거리는 걸어가는 것이 건강에도 좋고, 속도 편하다. 가끔 전달해줘야하는 책들로 어깨가 무거울 때도 있지만, 기뻐하는 교우 분들을 생각하면 기분이 참 좋다.
언제나 그렇듯이 넷째 목요일은 종로구청 직장 교우회 미사가 있는 날이다. 광교 방향으로 나가 청계천을 지나 OO문고를 곁에 두고 길을 건너면 종로구청을 가리키는 푯말이 눈에 들어온다. 미사는 점심시간을 이용하기에 조금 부지런히 값싸고 맛있는 점심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장인들과 마주치게 된다. 그러면 그들은 신기하기라도 한 듯 미사가방을 메고 있는 나를 쳐다본다. 언젠가 버스를 탔던 때의 일이다. 유난히도 사람들이 빤히 쳐다보는 것이 부담스러워 "신부 처음 보나?"하고 생각하다 문득, 서울의 인구 1200여만 명 중에 천주교 신부는 기껏해야 700명이 채 안된다는 것이 떠올랐다. "빤히 쳐다보고 신기해 할 수도 있겠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그 이후에는 더 많이, 더 자주 로만 칼라를 하고 다닌다.
그렇게 쏟아져 나오는 직장인들과 반대로 걸어 구청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보통 때와 달리 구의회가 있는 날. 그래서 대강당을 사용하지 못하고 민방위 교육실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직장 공동체 미사는 그때그때 사정에 따라 장소를 옮겨가며 봉헌한다. 그래도 오늘은 특별히 예비신자 교리반을 담당하는 노트르담수녀회 민 율리안나 수녀님께서 바쁜 가운데에도 미사에 함께 해주셨다. 교우회장님께서는 구의회 관계로 참석을 못하시는 걸 무척 아쉬워하셨다. 미사는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많은 분들이 참례하셨다. 예비신자 분들도 정성스럽게 미사를 봉헌하셨다. 사실 많은 분들은 아니지만, 지난해 10월 처음 공동체가 시작된 종로구청이기에 작지만 소중하다. 더구나 첫 예비신자 교리반이지만 직장 교우회 중에서 가장 많은 예비신자(15명) 신청을 받아 그동안 봉사자들이 얼마나 노력을 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시 공무원 "3% 퇴출"이라는 살벌한 분위기에서, 그래도 신앙인으로서 정직하게, 맡은 바 직무에 충실하면서도, 가톨릭 직장 교우회 미사와 예비신자 교리반 봉사,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봉사를 하겠다고 말씀하시는 교우 분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직장 교우회와 봉사자분들을 위해 미사를 봉헌하는 내내 기도했다. 그리고 직장 사목을 통해 사제로서 소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주님께 감사드렸다.
눗뉴스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