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바램은
그 날 그렇게 갑자기 다가왔다.
오월 열 하룻날-
붉은 태양을 예고하는 밝으레한 여명이
모세관현상처럼 퍼지려 움찔대던 새벽에...
가슴 조리며 초조하게 기원하던 나날 중에
분수대에 어른거리는 한 낮 무지개처럼
그렇게 신기하게
그렇게 가슴 떨리게 닥쳐왔다.
무엇이 그리도 급했던가?
31주 2일...
그 작고 가냘픈 것-
둥이는 그렇게 서둘러 우리를 찾아왔다.
신생아 중환자실...
낮 1시 반, 그리고 저녁 7시 반...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 그 삼십분 간...
그것도 애비, 에미와 할비와 할매
그리고 외할비와 오할매에게만 허락되는 면회...
매일 매일-하루에 두 번씩
기다려지던 시간들...
인큐베이터 속에 갇혀
욕망으로 꼼지락거리는 거룩한 생명체...
사랑이신 주님!
오! 신비스런 생명의 환희...
체중이 줄었다가 늘고
눈만 떠도 신기해 즐겁고
팔과 다리의 움직임에서 감동하기도 하고...
그 적은 변화에 민감하게 신경 쓰이고
젖은 얼마나 먹는지...
울기나 하는지...
오줌, 똥은 잘 싸는지...
잠은 잘 자는지...
그저 하나 하나 신경 쓰이는 나날...
뭔가 검사를 하면
그 결과에 온통 신경 쓰이고
그렇게 마음 졸이며 지낸 나날...
그렇게 조용한 외침 속에서
그렇게 간절히 기원하는 시간들...
골짜기의 맑은 물줄기처럼
조잘대며 흘러 흘러가 드디어
5주가 지났다.
정상분만이라면 아직도
제 어미 뱃속에서 발길질하며,
어퍼컷 날리며...
놀래키고 또 웃길 놈인데...
드디어 오늘
여울이는 병원을 나서
앞으로 수많은 날들을 함께 할...
만났다 헤어지고 비비적대며 살아갈
사람들과 온갖 피조물들이 법석대는
인간 세상을 가르며,
할매와 고모가 정성들여 준비한 방...
그 방에서 엄마 품에 안겨 젖을 빤다.
사람들이 사는 구경을 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성모님, 감사합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