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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4 바람을 보았지요.
작성자   :   박찬규 등록일 2007-06-21 조회수 1038
 

바람을 보았지요


언젠가 산길을 걷다가

바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바람, 그 자체로서 그를 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길섶에 우뚝 선 나뭇잎이 살랑대거나

목이 긴 원추리가 흔들거리는 것을 통해

비로소 바람을 보았던 것이지요.

땀으로 젖은 내 살갗에 바람이 닿았을 때

이윽고 그가 바람이 되었듯이

사람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나 이외의 또 다른 사람이 있어야만

그제야 나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겠지요.



- 이지누의《우연히 만나 새로 사귄 풍경》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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