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할게요. 박제된, 입이 큰 농어 아래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대요.
“내가 입을 다물었다면, 난 여기에 있지 않을 것이다.”
농어가 한 말치고는 명언(名言)이지요? 입 때문에 생겨나는 고통을 자처하지 말라는 교훈입니다. 물고기나 사람이나 입을 잘못 열어서 낭패를 당하는 일은 비일비재하지요.
연일 폭염에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불쾌지수가 올라가고 36.5도의 체온을 감당할 수 없어 저마다 짜증을 내기 쉬운 계절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사소한 말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다툼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서로를 배려하고 말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말은 신비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탤런트 김창완씨가 담배를 끊은 자신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 담배를 끊으니까 담배가 피우고 싶어 견딜 수가 없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겨냈냐고 물으니 이렇게 말했다는 것입니다.
“‘이 정도는 참을 만하다’, ‘이 정도는 참을 만하다’···. 그랬더니 참을 만하더라구요.”
김창완씨가 증언하는 말의 효과는 최근 신경의학계에서 검증된 사실입니다.
말이 우리 신체 모든 조직을 지배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신경의학계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뇌 속의 언어중추신경이 모든 신경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예요. 무슨 말이냐 하면,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우리 신체는 우리가 하는 말에 따라 반응한다는 거예요. ‘아유 더워’ 하고 자꾸 말하면 더 덥게 느껴지고, ‘어 시원해’ 하고 자꾸 말하면 우리 몸이 그렇게 반응해서 더 시원하게 느껴진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말의 힘을 치료에 적용하는 언어치료법(Word Therapy)이 생겨났답니다. 이는 환자로 하여금 하루 2~3차례 일정시간(10~15분) 시행하는 것인데, 만약 당뇨병 환자라면 “나의 혈당치는 정상이 되고 있다”라고 반복해서 10분 정도 말하게 한답니다. 그런데 그 효과가 놀랍대요.
말 한 마디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지를 입증하는 일화가 있어요.
시골의 작은 성당에서 한 아이가 주일 미사를 돕고 있었어요. 그러다 잠시 한눈을 파는 순간 제단의 포도주를 바닥에 쏟고 말았지요. 화가 난 신부는 소년에게 “바보같으니, 다시는 이곳에 오지 말아라!'하고 소리를 질렀답니다.
또 다른 성당에서 한 아이가 주일 미사 중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어요. 그러나 그곳의 신부는 그 아이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다음과 같이 위로해 주었어요. “괜찮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잖니? 나도 어릴 때 실수가 많았단다. 너도 신부가 되겠구나.”
세월이 흘러 성당에서 쫓겨난 아이는 공산주의 국가인 유고슬라비아의 대통령이 되어 강력한 전제정치를 실행했던 ‘조셉 브로즈 티토’였고, 격려를 받은 다른 아이는 미국의 유명한 대주교 ‘풀턴 J. 쉰’이 되었답니다.
얼마나 놀라운 일이예요. 말 한 마디 차이가 정반대의 운명을 이끌어냈으니 말이예요.
그대여, 우리가 평소 무심코 내 뱉은 한마디의 말은 이처럼 큰 힘을 지니고 있어요. 이해인 수녀님의 시 ‘나를 키우는 말’에 그대도 공감할 거예요.
"나를 키우는 말" / 이 해인 수녀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정말 행복한 사람이 되어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은
고마운 마음 새로이 솟아올라
내 마음도 더욱 순해지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 자락 환해지고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
나는 말하면서 다시 알지
오늘은 그대에게도 남에게도 청량제가 되어줄 싱그러운 말 한마디 해 보세요.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쁨입니다. 행복하세요. 참 좋은 말씀입니다. 고맙습니다. 너무 행복합니다.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