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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 한가위 즐겁게 보내셨나요?
작성자   :   박찬규 등록일 2007-09-27 조회수 1004

긴 추석연휴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고향 신탄진에 가기위해 서울을 출발한 23일 아침의 길은 그저 일상과 큰 차이 없이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돌아오려고 신탄진 톨게이트를 지나 고속도로에 진입한 25일 11시 40분 경, 도로에는 차들로 가득했습니다.

와! 놀랐습니다. 결국 서울 지까지 오는 데 8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아내 수산나가 중간에 운전을 해주기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어찌했을 지 까마득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우리 이문동 교우형제자매님들 모두 즐거운 한가위 지내셨겠지요. 이제 일상으로 돌아와 충실한 시간, 시간들을 즐기시며 평화 누리시기 바랍니다.

 

오늘, 학교는 재량휴일이어서 조용합니다.

학교에 나와 이곳 저곳 둘러보고 자리에 앉아 이메일을 검색하던 중 '고향마을피정의 집' 관리자가 보내준 글을 읽으며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비산을 느껴야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아내와 나, 가족을 위해 내가 해야 할,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습니다.

 

 

가슴에 남는 여운.../옮긴 글


찬찬히 읽어보세요..

<이 글은 라디오방송에 시청자가 보낸 편지글을 편집해 올린 것입니다>


시무룩해 있는 아내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을 끌어 모아 술을 마셨다.

밤 12시가 될 때까지 그렇게 노는 동안, 아내에게 몇 번의 전화가 왔다.

받지 않고 버티다가,,,, 마침내는 배터리를 빼 버렸다.

그리고 새벽 1시쯤 난 조심조심 아파트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내가 소파에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자나보다 생각하고 조용히 욕실로 향하는데,,,,

힘없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 갔다 이제 와?'


'어. 친구들이랑 술 한잔.... 어디 아파?'


'낮에 비빔밥 먹은 게 얹혀 약 좀 사오라고 전화했는데...'


'아... 배터리가 떨어졌어. 손 이리 내 봐.'

여러 번 혼자 땄는지 아내의 손끝은 상처투성이였다.

'이거 왜 이래? 당신이 손 땄어?'


 '응. 너무 아파서...'


'이 사람아! 병원을 갔어야지! 왜 이렇게 미련해!'

나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여느 때 같으면, 마누라가 대들만도 한데,,,, 아내는 그럴 힘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냥 엎드린 채, 가쁜 숨을 몰아쉬기만 했다.

난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졌다. 아내를 업고 병원으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내는 응급실 진료비가 아깝다며,,,, 이제 말짱해졌다고 애써 웃어 보이며,,,

검사받으라는 내 권유를 물리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출근하는데, 아내는


 '이번 추석에는 친정엘 가고 싶다'

 했다.

노발대발 하실 어머니가 떠올라 안 된다고 잘라 말하고 출근을 했다.

그러나 며칠 후, 아내는 추석이 되자, 짐을 싸서 친정으로 가 버렸다.

나 혼자 고향집으로 내려가자,,,,

어머니는, '세상천지에 이런 며느리가 어디 있느냐' 고 호통을 치셨다.

결혼하고 처음 아내가 없는 명절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는 태연하게 책을 보고 있었다.

여유롭게 클래식 음악까지 틀어놓고 말이다.

'당신 지금 제정신이야?'


 '.....' '여보 만약 내가 지금 없어져도, 당신도 애들도 어머님도 사는데 아무 지장 없을 거야!. 나 명절 때 친정에 가 있었던 거 아니야. 병원에 입원해서 정밀 검사 받았어'.


그런 아내를 나는 물끄러미 쳐다만 보았다.

아내의 병은 가벼운 위염이 아니었던 것이다.

난 의사의 입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아내가 위암이라고.........? 전이될 대로 전이가 돼서,,,,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다고......? 삼 개월 정도밖에 시간이 없다고..........................?

아내와 함께 병원을 나왔다.

유난히 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맑았다.

집까지 오는 동안 서로가 말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엘리베이터에 탄 아내를 보며,

앞으로 나 혼자 이 엘리베이터를 타야한다면 어떨까를 생각했다.

퇴근하고 집에 왔을 때, 펑퍼짐한 바지를 입은 아내가 없다면,,,,

방걸레질을 하는 아내가 없다면,,,,

양푼에 밥을 비벼먹는 아내가 없다면,,,,

술 좀 그만 마시라고 잔소리해 주는 아내가 없다면,,,, 나는 어떡해야 할까......?

아내는 함께 아이들을 보러 가자고 했다.

아이들에게는 아무 말도 말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은, 갑자기 찾아온 부모가 반갑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살가워하지도 않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공부에 관해, 건강에 관해, 수없이 해온 말들을 하고 있다. 아이들의 표정에 짜증이 가득한데도,,,,

아내는 그런 아이들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고만 있다.

난 더 이상 그 얼굴을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밖으로 나왔다.

아내는 집에 내려가기 전에 코스모스가 많이 핀 어느 들판을 걷고 싶다고 했다.

'코스모스?'


'그냥... 그러고 싶네. 꽃도 보고, 당신이랑 걷기도 하고...'


아내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이런 걸 해 보고 싶었나 보다.

비싼 걸 먹고, 비싼 걸 입어보는 대신, 그냥 아이들 얼굴을 보고,

꽃이 피어 있는 길을 나와 함께 걷고.............!

 코스모스가 들판 가득 피어있는 곳으로 왔다.

아내에게 조금 두꺼운 스웨터를 입히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여보, 나 당신한테 할 말 있어.'


'뭔데?'


 '우리 적금, 올 연말에 타는 거 말고, 또 있어!.

3년 부은건데 통장, 싱크대 두 번째 서랍 안에 있어.


'당신 정말... 왜 그래?'


'그리고 부탁 하나만 할게.

적금 타면, 우리 엄마 한 이백만원 만 드려.

엄마 이가 안 좋으신데, 틀니 하셔야 되거든.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 오빠가 능력이 안 되잖아. 부탁해! .'


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

아내가 당황스러워하는 걸 알면서도, 소리 내어... 엉엉..... 눈물을 흘리며 울고 말았다.

이런 아내를 떠나보내고... 난 어떻게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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