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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주임신부님 은경축 미사 강론(양권식 시메온 신부님)
작성자   :   박유리 등록일 2010-08-25 조회수 2862

이홍근 신부 은경축 미사강론

 

먼저 새 성전을 마련하신 이문동 신자 여러분 축하를 드립니다.

아울러 이렇게 성전을 다짓고 그 성전에서 사제서품 25주년을

맞이하는 이홍근(스테파노) 신부님께 축하를 드립니다.

은경축 미사는 원래 교구장 주교님께서 오셔서 미사를 주례하고 25년 동안 사제로서

살아온 당신의 협조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축하해주시고 강론도 해 주셔야

되는 미사입니다. 주교님께서 오셨다면 이처럼 아름답고 좋은 성당을 지으신 이홍근

신부님과 이문동 신자 여러분께 고맙다고 말씀하셨을 것입니다. 이문동 성당이

아름답고 쓸모 있게 지어져 있다는 것은 굳이 제가 말씀 드리지 않아도 우리 모두

공감할 수 있습니다. 박수 한번 크게 쳐서 감사와 기쁨의 마음을 표현하도록 합시다.(박수)

 

  저는 이 성전을 보면서 이런 성전을 짓기까지 우리 이신부님 그리고 사목위원들과

신자들은 얼마나 많은 희생과 노력이 있었을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눈물겨운 일들이 벽돌처럼 쌓여서 이 기적 같은 집이 지어졌을 것입니다.

단순히 돈으로 지어진 집이 아닐 것입니다. 본당신부는 얼마나 많은 밤을 하얗게

지새야 이런 집이 지어지는지, 사목위원과 성전건립위원들은 또 얼마나

많은 토론과 고민이 있었을까? 신자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희생과 다짐, 봉헌이

있어야 이런 집이 세워질 수 있는지 아는 사람만 압니다. 성전을 짓고나면 신부도

신자도 많이 성장하고 성숙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집이 성당 거룩한 집이라

불리게 되는 모양입니다. 성전을 짓고 나면, 성당을 지은 신자들은 심판도 없이

직 천당이고 성당을 지은 신부는 직지옥이랍니다.

 

   한 일년쯤 전, 동창신부들이 모였을 때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제 내 년이면 사제서품 25년이 되는 해인데 어떻게들 할 거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다들 벌써 25년이 되었다는 데에 괜히들 쑥스럽다는 이야기와

사제로 불러주시고 사제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신 하느님과 교회 그리고

수 많은 은인들에게 감사하다는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그러던 중에 이 신부님은 자신이 은경축을 성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말인즉 은경축을 해서 축하금이 들어오면 그것으로 성전건립에 빚진 돈을 갚는데

써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뒤로하고 돌아오던 중에 가슴이

허전해왔습니다. 그렇구나 그렇게 하기 싫고 뭐 때문에 그렇게들 성대하게

은경축을 하느냐고 비판을 하던 이신부 마저 성당을 위해, 신자들을 위해 그 하기싫은

은경축 행사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제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지만 우리 이신부님, 성깔이 보통이 아니죠, 아닌 것은 아니고,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 못하는 이신분의 성장을 잘 알고 있는 저는 그 성질을 참고,

하기 싫은 은경축 행사를 한다고 하는 그 마음을 마음에 묻어 두었습니다. 하느님은

이 신부님을 이렇게 인도하고 매 만지고 섭리하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당 신부로 살면서 성질을 죽이고,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한 채 손발이 잘리고

제 싫은 것도 하고 살 수 밖에 없도록 하느님은 이 신부님을 섭리하셨습니다.

자식을 낳아 봐야 어른이 되는 것처럼 본당신부로 살면서 신자를 사랑하게 됩니다.

신자들이 원수같이 보여지다가도 뒤돌아서면 그 놈의 정 때문에 예쁜 신자들에 대한

사랑으로 못할 짓도 하고 사는 게 재속신부 본당신부입니다.

제 것을 다버리고 신자에 대한 사랑만이 가슴에 쌓아두고 사는 것이 재속 속세에

사는 본당신부들입니다. 평생 신학교 교수 신부만 한 놈이나 수도회 신부들은

잘 모릅니다. 수도회 신부의 기도는 성체 앞에서 조배하면서 이뤄지지만 재속신부의

기도는 강론을 준비하고 고백소에서 신자들의 삶을 듣고, 신자와 함께 미사를

집전하며 이뤄집니다.

 

   재속신부는 세상에 머무는 사람입니다. 세상 한 가운데에

박아 놓은 말뚝, 하느님의 영역임을 표시하는 말뚝입니다. 밤늦도록 신자들하고

싸우기도 해야 하고, 먹기 싫은 술도 먹어야 하고, 노래방도 가야하고,

듣기 거북한 강론도 해야 하고, 외톨이가 되도록 독선과 고집도 부려야 하는

재속신부의 속마음을 아무도 모를 겁니다. 때로는 본인도 싫은 일을 알면서도

해야 하는 본당신부의 그 심정을 주교가 알겠습니까?

신자가 알겠습니까? 부모 형제도 모르는 겁니다.

 

   그래서 신부에겐 동창신부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동기신부가 때로는 흉기로 돌변하기도 합니다. 만나면 편할 것 같지만

서로를 품어주기는커녕 서로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기도 합니다. 동기가 흉기가 되고,

그럴 땐 외로움이 밀려옵니다.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동기가 욕을 먹으면

막무가내 그의 편을 들고 나서는 동기들이 소중해집니다. 그러면서 의지할 데라고는

하느님 밖에 없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중견사제 연수기간에 인도를 간 적이 있었습니다.

인도사람들은 수시로 차를 마시는 데 차를 마시고 나서는 바로 그 찻잔을 바닥에

내팽개쳐 깨버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니 왜 그 예쁘게 생긴 찻잔을 그렇게

깨버리냐고 묻자 그들은 차를 마셨으면 그 찻잔을 버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처음 신학교에 입학한 신학생들 그리고 새로이 신부가 되면 나름의 사제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신부가 되기 위해 평생 애쓰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런 순진한 사제상으로는 살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찻잔을

내 던지듯 자신을 내 던질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옵니다. 내가 되길 원했던 사제가

아니라 결국 몸담고 있는 신자들, 그 신자들의 영적 유익함을 위해,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자신이 꿈꿔오던 사제상 마저도 버려야 할 때가 있는 것이

재속 본당 신부의 현실입니다.

 

     신부는 하느님께서 당신 입술로 바람을 불어넣어 연주하시는 퉁소와 같은

존재입니다. 속이 비어야 소리가 나는 퉁소입니다. 하느님께서 연주하시는 대로

하느님의 소리를 내는 악기, 저는 우리 이홍근 신부가 하느님께서 특별한 소리를

내도록 재단된 특별한 은사를 지닌 신부라고 늘 생각하였습니다. 제대로 못살고,

헌신적이지 않으며, 교회에 누가되는 삶을 살아가는 신부들의 잘못을 예의

그 날카로운 눈매와 말솜씨로 비판하고 지적하는 타고난 은사를 지닌 신부입니다.

소위 신부들의 잘못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신부 감찰부의 면모입니다. 맨 정신으론

하기 힘든 이야기를 대놓고 직설적으로 하는 것은 하느님의 특별한 은혜가 없이는

도무지 불가능한 은사입니다. 이 신부는 이런 특별한 은사를 지녔습니다.

이 신부가 말하는 굳고 바른 이야기는 교회에 대한 나름의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잔인한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우리 이신부가 흐트러짐 없이 신부

감찰부로서의 역할을 잘해 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게 제 바램입니다.

 

     고대 교회에서는 주교를 목자 혹은 목동이라 불렀고, 신부는 그 목동의 개라고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중세 교회에 접어들면서 그 개들 중에는 귀족

출신이면서 주교관에서 주교를 직접 보좌하는 애완견도 있었고, 주교관에서 멀리

떨어진 본당에서 사목하는 무식한 농부 출신의 들개들도 있었습니다. 여러분 잘

아시지만, 우리 이 신부님은 전형적인 들개 스타일의 사목자입니다. 착한 신부보다는

강한 신부가 요구되는 교회현실입니다. 안 착한 신부가 없지만, 신부가 약하면

어디 써먹을 데가 없습니다. 투철한 사제의식으로 본당을 이끌어 가는 강인한 사제,

들개 스타일의 이홍근 신부님의 모습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저는 늘 기도합니다.

 

    어떤 책에서 열심한 본당 신부님을 모시고 사는 기쁨이 신자로서 최고의 기쁨이고

보람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문동 성당 신자들은 그런 점에 있어서

기쁨이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 동기 중에 이신부가 있다는 것이 큰 자랑입니다.

 성모 어머님, 당신의 승천대축일에 사제서품 25주년 기념 감사미사를 드리는

우리 이홍근 스테파노를 평생 지켜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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