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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참여마당 > 이게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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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이 바로 여기에 계시는구나, (진솔한 이웃사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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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한용수 미카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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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3-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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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9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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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심(回心) 2
내게는 국제 형제 자매회 회원인 이탈리아 친구가 있다. 그 친구 덕에 나는 신림
동 산동네를 가끔 찾아가곤 했다. 너무나 어렵고 힘들게 사는 그 곳 사람들을 보고
만나는 일은 내게 그리 마음 편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곳에서 나는 여느 곳과
는 다르게 주님이 함께하고 계심을 느끼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여러 가지 체험을 하
곤 했다. 힘겨운 그들의 삶을 접하면서 가난이 무엇인지,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
는지, 이대로 살아도 되는지, 나의 삶에서 예수님은 어디에 어떻게 계신지, 난 어떻
게 살아야하는지….
어느 추운 겨울날, 친구를 찾아갔다. 그 곳은 둘이 마주 앉아 발을 뻗으면 서로의
발이 닿게 되는 작은 방이지만 마음은 늘 따뜻하고 훈훈하며 풍요로움을 느끼게 하
는 곳이다. 그 날도 우리는 예외 없이 그 곳 사람들의 걱정과 기쁨, 고통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는데, 옆집 현숙이 어머님이 오셔
서 저녁 7시에 공동체 가족을 위한 미사가 있다고 알려 주셨다. 나는 생각지 못했던
그 소식에 마치 기쁜 잔치에 초대받는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우리가 미사전례를 드리러 찾아간 집은 머리를 숙여야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문이나 방이 아주 작은 집이었다. 방 한 구석에 사과 나무상자가 옆으로 놓여 있었
고, 그 위에 십자고상이 올려져 있었다. 미사에 참석하러 온 식구들은 20여 명밖에
되지 않았지만 방과 마루에 꽉 차 쪼그리고 앉아야 했다.
그 날의 복음은 다섯 개의 빵과 두 마리의 물고기로 5천 명을 먹이신 기적에 관한
것이었다. 미사를 주례하신 신부님은 강론 대신 모두 돌아가면서 각자에게 성체성
사가 어떤 의미인지 함께 나눠 보자고 말씀하셨다. 그 때 한 자매가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오늘 공공취로 사업장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3만 원을 받았습니다. 집에 오는 길
에 연탄 두 장, 생선 두 마리, 쌀을 좀 샀습니다. 그리고 몸이 아파서 일을 못 나간 마
리아 집에 들려 연탄 하나와 생선 한 마리 남겨 주고 집에 왔습니다. 부랴부랴 저녁
밥을 지어 식구들과 나누어 먹고 미사에 왔는데, 제게는 이것이 성체성사를 사는 것
입니다.”
‘예수님이 바로 여기에 계시는구나!’ 하는 강한 현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야말로 ‘당신의 몸을 쪼개어 전적으로 내어주시는 사랑의 성사’를 몸으로 알아듣는
은총의 체험이었다. 내가 알고 있던 성체성사의 의미가 얼마나 현실과 떨어져 있는
머리만의 사변인지, 삶이 따라 주지 않는 이론뿐이었는지, 부끄럽지만 인정하지 않
을 수 없었다.
지금도 내 마음 속에는 그 곳이 은총의 장소로 남아 있다. 그리고 삶을 나눠 준 자
매님의 그 고백은 늘 내게 도전이 되어 나의 삶을 재점검하게 하는 회심의 지침이
되고 있다.
● 박정자 로사리오 수녀·성심 수녀회, 한국에니어그램연구소 소장
금주 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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